절대 안한다더니…퇴임 앞둔 바이든, 아들 헌터 사면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법 총기 소지 및 세금 포탈 혐의를 받고 있는 자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사면했다. 사면은커녕 감형도 하지 않겠다고 해온 기존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헌터 바이든이 단지 자신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표적이 됐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아들 헌터 바이든. 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밤 성명을 통해 "오늘 내 아들인 헌터의 사면 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취임일부터 법무부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해왔고, 내 아들이 선별적이고 불공정하게 기소되는 것을 보면서도 이 말을 지켜왔다"면서 "헌터의 사건 사실관계를 지켜본 이성적인 사람들이라면 그가 단지 내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표적이 됐고, 이는 잘못됐다는 것 외에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끊임없는 공격과 선별적인 기소에도 불구하고 5년 반 동안 금주해 온 헌터를 무너뜨리려는 노력이 있었다"며 "그들은 헌터를 무너뜨리기 위해 저를 무너뜨리려 했고, 여기서 멈출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없다. 이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사법시스템을 믿는다. 하지만 이 문제와 씨름하면서 날 것의 정치가 이 과정을 감염시키고 정의를 잘못 실현시켰다고 본다"면서 "주말이 이 결정을 내렸다. 아버지로서, 대통령으로서 왜 이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 미국인들이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은 지난 6월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후 이달 형량 선고를 앞둔 상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관련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가중 요인이 없는 한, 총기 구매 양식을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중범죄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아들이 정치적 표적이 됐다는 비판을 반복했다. 탈세 혐의 역시 이달 중순 선고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그간 백악관과 바이든 대통령은 헌터 바이든의 감형 또는 사면 가능성에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지난 6월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직후에는 "사면은 물론, 감형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불과 몇달 되지 않아 말을 뒤집은 셈이다. 당시 유죄평결은 현직 미 대통령 자녀로서는 최초였다.

특히 CNN방송은 이번 사면은 2014년1월1일부터 2024년12월1일까지 저지르거나 가담한 미국 내 범죄를 모두 포괄한다면서 여기에는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천연가스회사 부리스마의 임원으로 일했던 기간이 포함된다는 점을 주목했다. 헌터 바이든은 당시 부통령이었던 아버지의 영향력을 이용해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추수감사절 연휴를 보내며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서 여기에는 12월 헌터 바이든에 대한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라는 점, 크리스마스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 등 두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또한 아버지로부터 사면 결정을 전해 들은 헌터 바이든은 안도감과 함께 불필요한 기소라는 씁쓸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론상 적용될 수 있었던 형량은 총기 법령 위반 사건이 최대 25년, 탈세 사건이 최대 17년이다.

헌터 바이든은 이날 서명을 내고 "나는 가장 어두운 시절 저지른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을 졌다"며 "오늘 받은 관대한 처분(사면)을 당연히 여기지 않겠다. 내가 재건한 삶을 여전히 아프고 고통받는 이들을 돕는데 바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행정권한을 통해 가족의 사면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코카인 복용 혐의를 받은 이복형제 로저 클린턴을 임기 마지막날 사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역시 첫 임기를 마칠 때쯤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아버지인 찰스 쿠슈너를 사면했다.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찰스 쿠슈너를 프랑스 주재 미국대사로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국제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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