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윤기자
유통업계가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파괴적 혁신과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일 서울 상의회관에서 ‘2025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를 개최하고 내년 유통시장을 둘러싼 변화와 생존 전략을 모색했다. 행사에는 제조, 유통, 물류, 금융업계 관계자 500여명이 참석했다.
대한상의는 “미국 보호무역주의, 관세 인상, 미·중 무역갈등 고조로 우리나라 수출 둔화와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유통업계는 ‘백화점 명칭 변경’ ‘AI 쇼핑 도우미 도입’ 등 새로운 전략으로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조강연에 나선 송지연 BCG코리아 파트너는 “자기 탈피를 해내는 진화를 못 하면 새로운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는 것이 유통업의 본질”이라며 “과거의 성공방정식을 하루빨리 벗어나 파괴적 혁신을 단행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프라인 유통은 과거의 점포 중심 공식을 버리고 고객 중심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며 “가격과 원가 경쟁이 아닌 데이터와 고객 인사이트에 기반한 사고와 변화 없이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커머스 혁신과 관련해서도 “개인화된 맞춤형 경험과 재미와 스토리를 담은 커머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운영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는 내년 수도권과 지방 간 상권 양극화가 심화할 전망이다.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은 “빅3(롯데·신세계·현대)는 경쟁에서 뒤처진 점포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강화하며 본격적인 2차 재편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화점의 변화 키워드로는 ‘명칭 변경’과 ‘타운(Town)화’가 제시됐다. 타운화는 단순 쇼핑 공간이 아닌,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대구점을 ‘더현대 대구’, 부산점을 ‘커넥트 현대’로, 신세계는 경기점을 ‘신세계 사우스시티’로 개명하며 브랜드 강화에 나섰다.
편의점은 최저임금 인상과 경쟁 심화 등 부정적 요인 속에서도 선방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하 BGF리테일 실장은 “경기 상황이 부정적일수록 근거리에서 소량 구매하려는 소비가 늘어나 타 소매업 매출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형마트는 내년 0.8% 성장이 예상됐다. 이경희 이마트유통산업연구소 소장은 “내식 수요 유지와 신규 출점 등이 긍정적 요인”이라며 “식품 카테고리 경쟁력 강화가 실적 개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황선규 한국면세점협회 단장은 올해 면세점 업황은 극도로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의 시내 면세점 확대 정책으로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커져 내년에도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온라인 쇼핑에서는 생성형 AI 기술이 접목된 쇼핑 도우미가 주목받고 있다. 이미아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박사는 “생성형 AI 기술로 키워드 검색 대신 대화형 검색이 가능해졌다”며 “소비자 경험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 팀장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 정책 방향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