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SOC도 늙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만 늙어가는 것이 아니다. 집도 노후화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생활하는데 필요한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시설물도 함께 나이를 먹고 있다. 도로, 철도, 항만, 댐, 저수지, 통신설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대비가 필요하다. 인구 소멸 위기감 등 초고령화 사회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조직하고 출산 장려책들을 발표하는 것과 같은 대응을 말한다. 낡은 집에 대해서도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을 면제하거나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지정하는 등 더 빨리 더 많은 새집을 짓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런데 시설물 노후화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렇다 할 대책 하나 없이 인프라는 방치되고 있다. 전국 38만3281개 인프라 중 4분의 1(25.2%, 9만6753개)은 준공 후 30년이 지난 시설로 구분(2020~2023, 인프라 총조사)된다. 20년이 지난 시설은 51.2%(19만6325개)에 달한다. 거의 모든 저수지는 건설한 지 30년(96.5%, 1만6708개)이 지났다. 통신설비도 절반 이상(64.4%, 130개)이, 댐은 절반 가까이(44.9%, 62개)가 노후 설비로 구분된다.

시설이 낡으면 안전에도 문제가 생긴다. 준공 후 30년이 된 시설의 대부분은 심각한 결함으로 시설물 안전 위험이 있어 사용을 금지해야 하는 E등급(불량) 시설이거나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한 D등급(미흡) 시설로 구분된다. 유사시 국민의 안전이나 편의를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시설들이 전국 도처에 깔려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내년 SOC 예산을 올해 보다 줄여놨다. 내년 정부의 총지출 규모는 677조4000억원으로 20조8000억원(3.2%) 늘렸지만, 12개 지출 분야 중 유일하게 SOC 예산만 줄였다. SOC 예산에는 25조4825억원이 배정됐다. 이는 올해보다 9597억원(3.6%) 감액된 수준이다. 지출 분야 12개 항목 중에서는 유일하게 예산이 감소했다. SOC 예산은 전체 지출의 3.7%에 불과하다.

예산이 줄게 되면 시설물 노후화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예산 부족으로 인해 주요 시설물의 신규 시설 공급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게 되면 2032년 전체의 절반 정도가 30년 이상 노후 시설로 남게 될 것(엄근용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라 경고한다.

시설물 노후화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열심히 출산율을 높이고 새집을 공급했는데, 저수지가 범람하고 댐이 터지고, 도로나 철로가 유실된다면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최근 폭설, 폭우, 폭염, 지진, 등 극단적 기후변화의 발생 빈도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재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재해는 피해액보다 복구액이 더 든다. 올해초 발표한 재해 연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자연 재난에 따른 피해 복구비는 9조9366만원에 달하지만, 피해액은 3조1945억원에 그친다. SOC 노후화 대응에 대한 정부의 공감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건설부동산부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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