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욱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에서 생산한 중국차에 대해 "200%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공장을 유치를 두고 멕시코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멕시코가 트럼프 정부와 충돌 가능성으로 인해 BYD의 멕시코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멕시코 정부는 고용 창출을 위해 BYD 공장 유치를 추진했다. 지난해 말 BYD는 멕시코 북부나 중부의 자동차 산업 단지 인근에 전기차 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찾았다. 이에 대해 멕시코 주 정부와도 환경규제, 수출입 인허가 등을 협의를 마쳤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서 BYD 공장 건설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선거운동 때부터 관세 폭탄을 예고한 탓이다. 그는 지난 9월 미국 중서부 지역 유세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가 멕시코에 차린 공장에서 차를 생산에 미국에 들여오면 200% 이상 관세를 물을 것"이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특히 트럼프 주변 무역분쟁 강경론자들은 중국 상품이 멕시코를 통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1970년대 미국 자동차 업계는 도요타, 혼다 등 일본 기업에 이어 1990년대 현대, 기아 등 한국 기업의 진출로 인해 경쟁에서 밀린 적 있다. 이에 중국 자동차 기업이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요구도 많다.
멕시코는 대미(對美) 의존도가 높은 만큼 관세 부과는 멕시코 경제에 치명적이다. 지난해 멕시코의 수출액에서 대미 수출 비중은 83%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멕시코가 BYD 공장을 짓게 되면 미국에 차를 팔지 못할 뿐더러 트럼프의 분노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관세 25%를 매기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BYD는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부터 중국산 전기차 수입에 매긴 10% 관세로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수출할 수 없다. 미국 내 반중 감정을 고려하면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도 없다.
WSJ에 따르면 BYD는 멕시코에 공장 건립 추진이 어렵게 됐다. 일부 멕시코주는 BYD 공장 유치를 위해 제안했던 지방세나 수도요금 감면 등을 줄이거나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