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3대 지수가 12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인 확정 후 '트럼프 랠리'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던 증시가 최근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숨 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미 국채 금리도 급등하며 투심을 짓눌렀다. 투자자들은 다음 날 발표될 인플레이션 지표를 대기하고 있다.
이날 뉴욕 주식 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82.15포인트(0.86%) 하락한 4만3910.98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7.36포인트(0.29%) 내린 5983.9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7.36포인트(0.09%) 밀린 1만9281.4에 거래를 마쳤다.
종목별로는 주요 트럼프 수혜주가 하락했다. 트럼프 당선인을 일찌감치 지지했던 일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테슬라는 6.1% 내렸다.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DJT)는 8.8% 급락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 보호주의 공약으로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 중소형주 역시 내렸다. 중소형주 중심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는 1.8% 하락 마감했다.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2.1% 올랐다.
전날 뉴욕 증시는 기업 친화적인 트럼프 당선인 효과에 힘입어 3대 지수 모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다우 평균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4만4000선, S&P500지수는 6000선을 상회했다. 하지만 대선 후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시장에 팽배하고, 차익실현 매물도 출회되면서 증시는 하루 만에 하락 반전했다.
시버트 파이낸셜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럼프 2기가 출범하기도 전에 시장이 너무 앞서 나갔을 수 있다"며 "이날 거래를 주도한 건 약간의 피로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연방정부 부채와 재정적자는 항상 우려되는 부분이지만 시장이 지금 이를 문제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소득세·법인세 인하 등 감세 공약이 미국의 재정적자와 연방정부 부채를 증가시킬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향후 증시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댄 원트로브스키 분석가는 "우리는 새해 1분기 미국 주식의 잠재적 이익 실현, 심지어 조정 가능성까지 주시하고 있다"며 "상승 모멘텀이 여전히 강하고 투자심리가 우호적이지만 주식은 여러 차례, 여러 기간에 걸쳐 과매수돼 왔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2기의 관세 인상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연례 UBS 유럽 콘퍼런스에 패널로 참석해 "내년 금리 인하 속도는 재정정책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지난 9월 예상했던 만큼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Fed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2025년 25bp(1bp=0.01%포인트)씩 4회의 금리 인하를 예고했는데, 내년 인하 횟수가 이보다 적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같은 메스터 전 총재의 발언은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관세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시장은 이번 주 발표될 물가 지표도 주목하고 있다. 13일에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4일에는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공개된다. 물가 지표가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하락) 추세를 뒷받침할지가 관건이다. 지난달 CPI는 전년 대비 2.4% 올라 지난 9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PPI는 전월 대비 0.2% 올라 9월(0%)보다 상승폭이 확대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채 금리는 오르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현재 전 거래일 대비 9bp 오른 4.43%,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8bp 뛴 4.34% 선을 기록 중이다.
달러 가치 역시 상승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41% 오른 105.88을 기록 중이다.
국제유가는 강보합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08달러(0.1%) 오른 배럴당 68.12달러,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0.06달러(0.1%) 상승한 배럴당 71.89달러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