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바티칸의 올해 성탄 트리와 관련해 벌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12일 안사(ANSA) 통신을 인용해 바티칸이 전나무를 베어 성탄 트리로 쓰기로 하자 자연파괴 등을 이유로 벌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전나무는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 지역의 발 디 레드로 숲에 있는 높이 30m에 수령 200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르그(change.org)에 올라온 반대 청원에 '녹색 거인'이라는 애칭이 붙은 이 나무의 벌목을 막자는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11일(현지시간) 기준 4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청원 내용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발표한 생태 회칙 '찬미 받으소서'가 언급되어 있다. 회칙에는 "하느님께서 지구에 선사하신 재화들이 우리의 무책임한 이용과 남용으로 손상을 입고 지구가 신음하고 있다"며 "마음대로 약탈할 권리가 주어진 것처럼 자연환경을 심각하게 훼손시킨 사실을 인정하여야 하며,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변형하고 파괴한 것이 하느님을 거슬러 저지른 죄"라고 명시되어 있다.
청원서는 "기후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역사적 순간에 자연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접근 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명확하고 투명한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탄 트리는 이교도의 전통"이라며 "살아있는 나무를 일시적인 용도로, 단순한 광고 목적과 우스꽝스러운 셀카 몇 장을 위해 사용하는 순전히 소비주의적인 관행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청원서는 또 바티칸이 성탄 트리를 위해 전나무를 벌목하고 운반에 드는 비용이 6만유로(약 9000만원)를 공익을 위해 더 가치 있게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 변화로 쓰러진 나무의 목재를 재활용해 영구적인 성탄 트리를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같은 청원에 대해 레드로 지역 당국은 벌목될 전나무가 숲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벌목해야 하는 부지 안에 있다고 해명했다. 또 이 나무가 바티칸에 기증되는 것이 아니라 크리스마스트리 전시가 끝난 뒤에는 제재소에서 목재로 가공된다고 설명했다. 일회성으로 소모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한편, 바티칸은 요한 바오로 2세 재위 시절인 1982년부터 성 베드로 광장에 성탄 트리를 설치하는 관행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