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하게 쏟아질 것' 트럼프 관세 2.0 대비하는 세계

[美 선택 2024]

"무자비하게 쏟아질 것이다." 11·5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직후부터 한층 강력한 '트럼프 2.0' 관세 카드를 잇달아 꺼내 들 전망이다. 자신을 '관세맨'이라 칭하고 필요 시 1000% 관세까지 매기겠다고 단언한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들을 단지 '블러핑(허세)'이나 '협상 지렛대'용으로만 인식해선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쏟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국 역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보복용 리스트' 등 대비를 가속하는 모습이다.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폴리티코,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을 종합하면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20일 취임 직후 곧바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포함한 행정권을 행사하며 관세 공약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수입품에 최대 20% 관세를 매기고 특히 중국산 제품에는 무려 60%의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취임 초반부터 몇 주간에 걸쳐 현실화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러한 관세 공약은 대규모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1기 행정부 당시보다 한층 강력하고 광범위할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 몸담았던 에버렛 아이젠스타트는 "트럼프는 한다고 말한 것을 하는 사람" 이라며 "이미 관세 공약을 투명하게 밝혔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미 국민들이 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짚었다. 세계무역기구(WTO) 출신인 드미트리 그로주빈스키 역시 "무자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하워드 루트윅 대통령직 공동 인수위원장을 비롯한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이 그간 관세는 협상의 지렛대라고 주장해온 것과 달리, 그 심각성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교관계위원회의 무역전문가인 에드워드 홀든은 "그가 진심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관세는 공약 목록 제일 윗줄에 있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해 온 주요국들은 이제 본격적인 대비를 한층 서두르는 모습이다. EU 측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를 더 많이 수입하겠다는 '당근'을 준비한 상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부과했던 48억유로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 관세를 오는 3월부터 철폐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동시에 '채찍'도 빼먹지 않았다. EU 외교관들은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시작할 경우 '상당한 보복'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영국 전 내각 관료도 "트럼프가 무역협상을 재개할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고 확인했다.

당장 중국의 미국발 관세 회피기지로 떠오른 멕시코의 경우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전날 국민, 기업관계자들을 상대로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안심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강경 국경정책과 맞물려 멕시코와의 관세 및 무역 협상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주 타깃이자, 60% 고율 관세가 예고된 중국은 별다른 대응을 예고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수출 감소,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한 만큼 내부적으로 상당한 대비에 나섰을 것이란 관측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날 트럼프 당선인을 축하하면서도 "중·미가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고 언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국 역시 역대 최대 수준으로 커진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빌미로 통상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춘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애덤 포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들어선 후 첫 몇 주 동안 공격적인 관세 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한 번 관세가 부과되면 철폐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는 (취임 시)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상당한 권한을 갖는다. (법에 규정된) '국제적 비상사태'는 사실상 무엇이든 정의될 수 있다"면서 "미국 제조업체들조차 관세에 따른 승자, 패자가 나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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