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한 세계…EU·中·이란은 해리스 vs 러는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
대선 결과 긴장한 세계
전쟁·무역·안보 새로운 국면
각국 이해관계 속 예의주시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각국도 개표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어느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두 개의 전쟁부터 세계 무역 및 안보에 이르기까지 큰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관계가 다시 끈끈해진 유럽연합(EU)의 일부 회원국은 트럼프 재선을 ‘트럼프 전기 충격(trump electroshock)'이라고 부를 정도로 원치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미국·유럽 간 상호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을 거론하며 유럽에 방위비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이 경우 2034년까지 유럽의 부채가 2조8000억달러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 집권 1기 때 부과한 EU산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가 2기 접어들며 재개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는 친환경 정책을 ‘그린 뉴 스캠’이라고 비판하는 만큼 기후 위기에 대한 입장 충돌도 예견된다.

EU가 해리스 당선을 바라는 이유다.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 및 국제 협력 기조를 계승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9월 보고서에서 “미·EU 관계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대중 정책, 러-우 전쟁 등에 대한 관점이 일치하며 급격히 돈독해졌다”고 설명했다.

2년 반 넘게 지속되고 있는 러-우 전쟁은 미국 대통령 당선 결과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24시간 내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영토를 양도하도록 압박하거나 나토 가입 포기를 종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은 분열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전쟁 종식을 위한 거래를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한다면, EU는 환영하는 국가와 독자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국가로 분열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이어 이란과의 전면전 위기까지 벌어지고 있는 중동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달성하지 못했던 가자지구 휴전을 이루기 위해 이스라엘에 압박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물론 트럼프도 중동을 격랑에 빠져들게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을 바라는 이란으로서는 해리스를 내심 원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는 어떤 미국 대통령이든 견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중국은 해리스가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의 중국산 수입품 60% 관세 부과 조치는 중국 경기를 다시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블룸버그 추산 결과, 트럼프의 대중 관세 부과 조치가 시행된다면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은 약 90% 증발할 수 있다.

‘세계 반도체 제조 산업’의 심장부 대만은 트럼프 당선을 걱정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국 내 반도체 제조 기지를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을 비판하고 수입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2기 집권 때 정부효율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대만을 중국의 통제 속에 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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