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윤기자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지배구조 규제 강화가 기업 경영을 저해하고, 일부 기업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장을 자제하는 '피터팬 증후군'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에서 법무법인 광장과 함께 '지배구조 규제 강화,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를 열고 이 법안이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국내 기업들이 내수 부진, 보호무역주의 확산,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이 되는 지배구조 규제가 다수 발의되고 있어 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형근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도 “지배구조 개정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기업과 주주의 장기적 가치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 관련 발제를 맡은 김태정 광장 변호사는 "자산 2조원 미만 상장회사의 경우 감사위원 분리 선임 의무화를 우려해 규모를 일정 미만으로 유지하고 성장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피터팬 증후군'에 빠질 수 있다"며 "지분 쪼개기 등 편법적 수단을 통해 해당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도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2020년 개정된 현행 상법에서 이미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대해 감사위원 1인 분리 선출을 의무화했다"며 "그 부작용으로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확대하고 있고 특히 분리 선출 감사위원 선임 관련 안건이 주된 타깃"이라고 했다.
이외에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소액주주 보호보다 행동주의 펀드 확대에 기여하고, '주주의 이익' 개념을 추가하는 이사충실의무 확대는 기업 경영에 혼란을 초래해 정상적 기업활동 저해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어진 토론에서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법 개정만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규제가 실제로 기업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민 교수는 이어 "이미 규제 수준이 상당한 상황에서 추가 개정이 실효성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업계 역시 규제 부작용을 경고했다. 김춘 상장협 본부장은 "이사 권한 범위를 모호하게 하거나 과도한 책임을 부여할 경우 기업의 진취적 경영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며"소수 주주 권한 확대가 오히려 주주 평등 원칙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그룹장은 “중소기업들이 불필요한 규제 비용을 떠안게 될 것”이라며 “규제 강화가 코스닥 상장사들에 특히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최근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은 기업 경영진의 의사결정 권한을 불필요하게 제한한다"며 "기업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는 기업성장족쇄법이 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