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온유기자
덕지덕지 피어난 푸른 곰팡이와 흰 곰팡이의 향연 속 두 햄버거만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남았다. 주인공은 바로 맥도날드 빅맥과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아시아경제 식음료팀이 맥도날드, 맘스터치, 롯데리아, 버거킹, KFC, 파이브가이즈 등 햄버거 6개 사의 시그니처 버거를 상온에 두고 관찰한 지 3주째. 대부분의 햄버거는 부패가 빠르게 진행됐다.
가장 급속도로 부패한 햄버거는 파이브가이즈의 베이컨치즈버거였다. 이 제품은 실험 일주일이 지난 7일부터 빵과 소고기 패티, 토마토에 흰색 곰팡이가 피어나고 치즈가 녹아내리는 등 외관의 변화가 제일 먼저 감지된 바 있다.
지난 28일 기준 빵의 윗면이 파란 곰팡이로 뒤덮였다. 2주째 접어들면서 곰팡이보다 빵이 더 크게 보였는데 이제는 표면적의 70% 이상이 곰팡이로 덮였다. 곰팡이의 형태도 변했다. 솜털 같던 곰팡이들은 통 안의 습기로 인해 뭉치기 시작해 외관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고기 패티에는 구름 모양의 회색 곰팡이가 커다랗게 피어나 그야말로 푸르고 희고 희끗한 곰팡이 색색의 향연이 펼쳐졌다. 신기하게도 흘러내린 치즈만큼은 여전히 멀쩡했다.
실험 2주째만 해도 베이컨치즈버거의 뒤를 이어 눈에 띄게 부패한 제품은 치킨을 패티로 쓰는 KFC의 징거버거와 맘스터치의 싸이버거였다. 하지만 순위가 바뀌었다. 실험 시작 후 일주일간 큰 변화가 없었던 버거킹의 와퍼는 2주째 곰팡이가 처음 발견되더니 이제는 빵의 윗면이 완전히 흰 곰팡이로 뒤덮였다. 마치 슈가파우더를 뿌려놓은 듯 빈틈없이 곰팡이가 피어났다. 점점 습기가 차기 시작해 플라스틱 통에도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빵의 밑면을 보니 빵 주름 사이사이로 수분과 곰팡이가 생겨났다. 빵의 숨이 죽으며 패티와 야채를 덮었기에 내부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빵 사이 곰팡이가 생긴 흔적은 없었다.
순위가 역전되자 버거킹의 광고가 절로 떠올랐다. 미국 버거킹은 2020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만든 지 34일 된 와퍼가 곰팡이로 뒤덮이는 45초짜리 글로벌 광고 영상을 선보였다. "인공 방부제가 없는 것의 아름다움"이라는 영어 카피를 앞세워 와퍼는 친환경 재료로 만든 제품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당시 영상에 나온 와퍼는 34일이 지나자 번과 야채, 패티까지 버거 전체가 검푸른 곰팡이로 뒤덮였다. 아시아경제는 실험을 시작한 지 정확히 34일이 되는 내달 9일 와퍼의 모습과 광고 속 와퍼의 모습을 직접 비교해볼 계획이다.
싸이버거는 2주째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다만 빵과 치킨 패티 위 검푸른 곰팡이가 마치 버섯을 닮은 원자폭탄처럼 크기를 키워갔다. 실험 용기 내부에 습기가 가득 차 물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징거버거도 거의 같은 모습을 유지했다. 치킨 패티에 집중됐던 곰팡이가 빵까지 타고 올라갔으나, 한쪽만 특히 심하게 상했고 반대쪽은 아직 치킨 표면이 명확히 보일 만큼 기존 형태를 유지 중이다.
'불사조'로 지목된 맥도날드 빅맥과 롯데리아 불고기버거의 경우 외관 변화가 여전히 더뎠다. 빅맥 빵의 부피도 신기할 만큼 그대로 유지되고, 다른 제품과 달리 벽면에 수분도 맺히지 않았다. 건조한 상태가 지속되는 듯하다. 빅맥은 실험 8일째 하단부 패티와 빵 부분에 새끼손톱만 한 하얀 곰팡이가 피어났는데 아직도 마찬가지였다.
이대로라면 '햄버거는 썩지 않는다'는 풍문이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닐 수 있다는 예감마저 든다. 불고기버거도 패티 끝 작은 곰팡이가 자라난 뒤 빵으로 확산하나 했지만 육안상 2주째와 다른 큰 변화는 확인되지 않았다. 롯데리아 불고기버거는 플라스틱 바닥과 맞닿은 빵을 중심으로 부패가 확산 중이다. 다만, 패티와 빵 윗부분은 실험 초반과 마찬가지로 햄버거 모습을 유지했다.
햄버거 부패 실험 3주에 접어든 가운데 스튜디오의 온도는 16~22도, 습도는 37~84% 수준이었다. 아시아경제는 동일한 조건에서 외관상 어떤 햄버거가 가장 오랫동안 썩지 않는지를 계속 관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