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비용 공개하면 '스드메' 싸질까?…고심에 빠진 정부[Why&Next]

기재부, 내달 결혼서비스 지원방안 발표
스드메 업체 모두 가격 공개시키려 했지만
'업종 특성 고려해야' 목소리에 무산될 듯
공공예식장, 공개방식 두고 갑론을박

서울 노원구 초안산수국동산에서 한 노부부가 웨딩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가격공개 정책을 준비 중인 정부가 고심에 빠졌다. 구체적인 시행 방식을 두고 내부의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비싼 결혼식 비용 때문에 시작한 정책이지만 가격 인하의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2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결혼서비스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가격공개 제도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발표한다. 결혼서비스업을 새로 만들고, ‘웨딩플래너’를 추가해 가격을 공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결혼중개업은 있지만 결혼서비스업은 존재하지 않아 웨딩플래너들은 별다른 등록 없이 자유롭게 사업을 영위해왔다.

큰 틀에는 이견이 없지만 구체적인 시행 방법을 두고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당초 기재부는 개별 스드메 업체에 가격공시 의무를 부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내부에서 업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반대가 제기됐다. 업체 중에서는 결혼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전혀 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등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가령 웨딩사진을 1년에 한 번만 찍은 스튜디오 회사에도 가격정보 공개 의무를 부여하는 게 정당하냐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스드메 업체는 가격공개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웨딩플래너만 규제해도 사실상 서비스 가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웨딩플래너를 이용하지 않고 개별 업체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가격공개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는 딜레마가 생긴다.

정책 나와도 스드메 가격 내려갈지는 미지수

공공예식장 확대 보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기재부는 지난 6월 결혼식장 비용을 낮추기 위해 전국 공공시설 48개소를 예식 공간으로 신규 개방했다. 올해 말 발표하는 대책에 공공예식장을 추가 발굴하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지방에 있는 소규모 결혼식장 사업자들이 타격을 크게 입었다는 것이 이유다.

웨딩플래너 서비스 가격 공개 방식을 두고서는 업계와의 견해차가 크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특정 플랫폼에 모든 가격 정보를 기재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편리하지만 업계는 행정 비용이 과중해진다고 우려한다. 대형 업체는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영세 업체들은 방문한 고객들에게 대면으로 직접 제공하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가격을 한 플랫폼에서 제공하지 않으면 사실상 가격 비교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다만 서비스 가격을 각 업체가 공개하면 이를 비교하는 플랫폼이 자연스레 만들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만약 정책을 성공적으로 설계한다고 해도 결혼서비스 가격이 실제 내려갈지는 장담할 수는 없다. 가격이 투명하게 공시돼도 제대로 비교하기 어렵거나 수요가 줄지 않으면 인하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 시행 이후 꼼수를 막을 방안도 여전히 고민거리다. 결혼서비스 특성상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을 전가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인위적인 가격 인하가 아니라 가격공개 자체가 정책 목표라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결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여론이 있어 정책을 준비하기 시작했지만 정부가 가격 인하를 정책목표로 삼고 있지는 않다”며 “서비스 가격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의 선택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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