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앞둔 SK이노, CEO 3명 교체…그룹 인사도 70년生·기술 중심?(종합)

SK이노, SK에너지 등 핵심 계열사 사장에
1970년대·엔지니어 출신 잇따라 기용
인적 쇄신 흐름, 그룹 인사도 같은 흐름일까

SK이노베이션이 SK E&S와의 합병을 앞두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3명을 교체하며 조직 쇄신에 나섰다.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장과 기술 역량을 갖춘 인물들로 새로운 리더십을 구성했다. 오는 12월 그룹 사장단 인사의 키워드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이노 주요 계열사, 인적 쇄신…현장·기술 강조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인 SK에너지 CEO에 김종화 울산 콤플렉스(CLX) 총괄을 임명했다. SK지오센트릭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IET) CEO에는 최안섭 머티리얼사업본부장과 이상민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을 각각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현 대표를 맡고 있는 오종훈(SK에너지), 나경수(SK지오센트릭), 김철중(SK IET) 대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번에 선임된 CEO들은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SK이노베이션이 추진 중인 ‘운영 개선(Operation Improvement·OI)’ 전략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역량을 갖춘 인물들로 평가된다. 회사 측은 "기술과 현장에 집중해 계열사 전반의 성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 사장으로 선임된 김종화 총괄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정유, 화학사업을 두루 경험한 생산 전문가다. 최근 유가 변동과 같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공정 운영과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SK지오센트릭 사장으로 선임된 최안섭 SK지오센트릭 머티리얼사업본부장은 R&D(연구개발)을 맡아왔다. 이 회사 최적운영실장과 전략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경험과 역량을 키웠다는 평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SK아이이테크놀로지 신임 사장으로 결정된 이상민 본부장 역시 R&D 연구원 출신으로 SK㈜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센터에서 첨단 기술 개발을 거쳐 SK엔무브 그린성장사업실장 등 성장사업에서 역량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냉난방공조(HVAC)와 전기차용 윤활유(e-Fluids) 같은 주요 신사업을 단시간내 안착시키는 등 SK엔무브의 성장전략을 재편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 사장에 대한 대표이사 선임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1970년대생 CEO를 발탁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최안섭 사장과 이상민 사장 내정자는 각각 1972년과 1975년생이다. 젊은 리더십으로 도전적인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번 인사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다음 달 1일 합병을 통해 ‘통합 SK이노베이션’으로 출범하기에 앞서 이뤄졌다. 오는 12월 그룹 사장단 인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현장과 기술역량이 인사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지오센트릭은 이날 신임 사장 선임과 함께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3명을 신규 임원으로 승진하는 내용의 후속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맞춰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강력하게 OI를 추진해나갈 CEO 인사를 단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달 남짓 남은 SK그룹 인사…젊은 현장형 CEO 등용?

SK이노베이션의 C레벨 인사가 단행되면서 12월초로 예상되는 SK그룹의 인사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SK그룹은 올해 초부터 고강도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해왔다. 통합 SK이노베이션 출범 역시 이 리밸런싱의 일환이었다.

SK그룹은 이달 31일 열리는 'CEO 세미나'가 끝난 뒤 연말 인사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CEO 세미나는 6월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 8월 이천포럼과 함께 SK그룹의 주요 연례행사로 꼽힌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집결해 내년 경영 기조 등을 공유하는 자리다.

SK리츠(SK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가 다음달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다. 18일 SK그룹 본사인 종로구 SK서린빌딩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올해는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글로벌 지정학 이슈와 AI 시장 확대에 따른 경영 환경 변화 등을 진단하고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활동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7일 발표된 SK에코플랜트 인사에서는 임원 수가 66명에서 51명으로 23% 줄었다. 이 때문에 SK그룹 전체적으로 임원 규모를 20% 이상 감축하라는 방침이 정해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룹의 핵심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인사는 그룹의 인사 방향성을 가늠케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부진 속에서 현장을 경험한 엔지니어·연구원 출신 CEO를 새로운 리더십으로 택했다. 글로벌 불황·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위기 속에서 현장·기술 중심의 '본원적 경쟁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인사에서는 1970년대생 CEO들이 잇따라 등용됐다. 그룹 인사에서도 젊은 인재들이 C레벨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재계 인사는 "SK그룹은 지난해 부회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경영진이 젊어지고 있다"며 "산업 전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 C레벨이 더욱 젊어져야 한다는 필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IT부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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