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말 못 하던 아이, 유아 치매라네요'…2주마다 치료비 2억원 들어

10만명 중 3명 희귀 유전성 질환 '바텐병'
발작 생기고, 인지 능력과 행동 더뎌져

희귀 유전성 질환으로 걷고 말하는 능력을 잃어 가는 어린 소녀가 2주마다 2억원이 넘는 치료비가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연이 전해졌다.

희귀 유전성 질환인 바텐병을 앓고 있는 엠마 오스틴(7)의 사연이 전해졌다. [이미지출처=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피플은 '바텐병'(Batten Disease)을 앓고 있는 엠마 오스틴(7)의 사연을 전했다. 엠마는 두 살이 넘어서까지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증상이나 징후는 전혀 없었다. 기고, 걷고, 말하는 등 발달이 잘 이루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두 살 반이 됐을 때 아이는 신발을 신거나 수저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어 엠마는 4살 때부터 발작을 일으키는가 하면 운동 능력이 떨어졌다. 엠마의 어머니 크리스티 오스틴은 "처음에 진단명을 들었을 때 너무 충격받았다. 찾아보니까 생존자가 아예 없었다"며 "아이가 점점 말을 못 하고, 걷거나 음식을 삼키는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티는 "인지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뇌세포가 사라지는 방식이다"라며 "유아 치매라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엠마가 앓고 있는 바텐병은 신경세포세로이드라이포푸스신증(Neuronal Ceroid Lipofuscinosis)이라고도 불린다. 총 13가지 유형이 있으며, 주로 영유아기에서 아동기 사이에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바텐병은 부모가 모두 신경세로이드단백질(CLN, ceroid lipofuscinosis neuronal protein)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을 때 발현된다고 알려졌다.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기 10만 명 중 약 3명이 바텐병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CLN 유전자는 리소좀을 담당한다. 리소좀은 세포에 쌓이는 노폐물이나 지방질, 단백질 등을 분해하는 곳이다. 이런 CLN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리소좀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분해되지 못한 물질이 세포에 쌓인다. 특히 신경세포에서 이런 현상이 가장 먼저 일어나 퇴행성 신경질환의 일종인 바텐병 등이 발병하게 된다.

바텐병에 걸리면 또래보다 발달이 느리며 시력이 서서히 떨어지고 인지능력과 행동이 더뎌지게 된다. 또 발작을 보일 수 있고 병이 진행되면서 발작이 더 자주 일어나게 된다. 뇌 기능이 떨어져 말을 더듬는 등의 증상도 보일 수 있다. 바텐병 유형에 따라 병이 진행되는 속도가 다르지만, 증상이 일찍 나타날수록 기대수명이 짧아진다. 아동기에 바텐병을 진단받을 경우 평균적으로 5~6년 이상 생존이 힘들다고 보고 있으며 10세 경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20대 초반까지 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어 크리스티는 "완치법은 아니지만, '브리뉴라'(Brineura) 치료를 받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브리뉴라 치료제는 2주 간격으로 뇌실 내에 주입하게 된다. 문제는 이 치료제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약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크리스티는 "2주마다 17만 2000달러(한화로 약 2억 3000만원)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엠마의 치료비를 모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치료제는 두피 부종이나 발진과 같은 급성 합병증이 없을 경우에만 투여할 수 있다. 또 브리뉴라는 근육의 퇴화를 늦출 수 있지만, 다른 증상들을 완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슈&트렌드팀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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