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 되려고 1년 가까이 무급노동했는데…' 아빠는 밥줄 끊겼다 [두 얼굴의 맥도날드]①

맥도날드 장기 가맹점주 인터뷰
'계약기간 10년' 가맹사업법 악용
수익매장 계약해지 후 직영점 전환

따옴표지난 8월29일 서울중앙지법 동관 561호 법정.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부당 갱신 거절이 아니라고 무혐의를 결정했다. 원고의 청구원인이 가맹사업법 위반이므로 무효 증명을 위해 원고 측 증인신문의 필요성이 많이 줄었다고 보인다."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의 변호사가 진술을 마치자 원고 측 좌석은 패색이 짙어졌다. 처음부터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점을 알고 시작한 소송이었다.

"점주가 되려고 하루 8시간, 주 40시간씩 9개월간 직영 매장에서 패티를 구우며 교육받았습니다. 대를 이은 장사가 가능하다는 본사 말을 철석같이 믿었으니까요. 10년 하고 그만둘 거였으면 제가 왜 1년 가까이 무상노동을 했겠습니까."

맥도날드 대구진천점을 운영하던 점주 여모씨는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르네상스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울분을 터뜨렸다. 여씨는 2013년 4월부터 대구 지하철 1호선 진척역 인근의 맥도날드 대구진천 드라이브스루(DT)점을 운영하다 지난해 4월 한국맥도날드로부터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당했다.

여씨는 비슷한 시점 계약 갱신을 거절당한 맥도날드 김포고촌점 점주 고모씨, 천안두정점 점주 김모씨와 함께 지난해 한국맥도날드를 대상으로 가맹계약 갱신거절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17일 변론을 거쳐 12월12일 한연미 한국맥도날드 부사장을 증인으로 심문할 예정이다.

"한 부사장의 '롱텀 비즈니스' 약속"

여씨는 2013년 4월 한국맥도날드와 대구진천 DT점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13년 4월29일부터 2023년 4월28일까지 10년이었다. 가맹금은 2만2500달러(약 3000만원). 한국맥도날드가 빌린 건물을 재임대하면서 매출의 14%를 전대료로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영업권과 설비, 인테리어 등의 명목으로 총 10억원을 한국맥도날드에 줬다.

여씨에 따르면 대구진천점이 개점할 당시 본사 가맹사업 이사였던 한 부사장은 "맥도날드는 10년 이상의 롱텀 비즈니스"라며 "여러 개의 매장을 운영해야 돈이 된다"고 다점포 운영을 권했다. 이 말을 믿은 여씨는 2013년 대구진천점을 시작으로 2015년 대구교대점까지 총 5개의 매장을 열었다. 이를 위해 본사 측에서 주선한 대출도 받았다.

한국맥도날드에 계약갱신거절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전 대구진천점 점주 여모씨와 전 김포고촌점 점주 고모씨.사진=임온유 기자 ioy@

하지만 2017년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려 신장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한 소비자가 한국맥도날드를 고소한 이른바 '햄버거병' 논란이 불거지면서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매출이 급감하는 등 5년간 경영난을 겪었다는 것이 여씨의 주장이다.

그는 "햄버거병 논란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10억원의 손해가 났다"면서 "보험을 해지하고 신용대출까지 받았는데 매출이 우수하던 지점의 계약갱신까지 불발되면서 만회할 길이 없는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포고촌점 고씨도 "한 부사장은 가맹팀 팀장이던 2015년 당시 분기마다 진행하는 점주 회의에서 '모두 계약 갱신을 해줄 테니 대를 잇는 비즈니스를 하라'라며 다점포 운영을 독려했고 그 말을 믿었다"면서 "이 발언은 인터뷰나 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한국맥도날드 매각 추진 후 돌변"

'대(代)를 잇는 영업'을 약속한 한국맥도날드가 돌변한 것은 2016년 매각을 추진하면서다. 당시 한국맥도날드 지분 100% 보유한 미국 맥도널드 글로벌은 매일유업·칼라일 컨소시엄과 매각 협상을 벌이다 무산됐다. 이후 매물로 나온 한국맥도날드는 인수 대상을 꾸준히 물색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동원그룹에 매각이 불발된 후 지난 9월 카타르 기업 '카말 알 마나'와 매각의 전초 단계로 꼽히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전략적 파트너는 일종의 마스터프랜차이즈로, 알 마나는 이번 협상을 통해 한국맥도날드의 운영권을 갖게 됐다. 여씨는 "한국맥도날드는 기존 가맹점 확장 정책을 펼치다 매각으로 가닥이 잡히자 몸값을 높이기 위해 실적이 우수한 가맹점들을 직영화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맥도날드는 가맹점의 직영화를 빠르게 진행해왔다. 2018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를 자진 취소하고 가맹점 모집을 중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맥도날드 가맹점 수는 2018년 127개에서 2020년 106개, 2022년 83개로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에는 76개에 그쳤다. 계약 종료된 가맹점 대부분은 직영점으로 전환됐다. 그 결과 400여개 매장 중 80%가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매각과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국맥도날드는 올해부터 다시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를 등록하고 새로운 가맹점을 모집 중이다.

‘가맹계약 10년’ 규정한 가맹사업법이 ‘발목’

맥도날드의 가맹계약 갱신 거절은 현행 가맹사업법을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가맹사업법 13조2항은 가맹점주의 계약갱신은 ‘전체 가맹계약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행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맹본사가 10년 이상 운영하는 가맹점주에게 부당한 요구로 가맹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공정위도 2019년 계약기간이 10년을 넘겨도 중대한 계약 위반이나 영업 평가 미달 등 귀책사유가 없다면 가맹본부가 계약 연장을 거부할 수 없게 하는 ‘가맹 분야 장기점포의 안정적 계약갱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현재 무소속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공정위에 접수된 갱신거절 관련 신고 건수는 9건에 그쳤다. 이마저도 5건은 계약갱신 거절 사유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됐다. 가맹기업을 향해 조치가 내려진 경우 시정명령 1건, 경고 1건 등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 공정위는 지난 8월 여씨가 제기한 맥도날드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무혐의’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한국맥도날드도 가맹계약 갱신 거절의 근거로 ‘오너리뷰’를 들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한 점주들 모두 계약갱신의 근거가 되는 오너리뷰에서 여러 차례 미달해 재계약이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너리뷰는 매년 진행되는 점주 평가로 크게 7개 항목으로 나뉘며 1개 항목 이상 미달 시 불합격 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점주들은 계약 갱신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너리뷰 통과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점주들은 계약갱신과 오너리뷰 간 정확한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맥도날드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당했다. 여씨는 "2013년 대구진천점을 오픈한 이후 2016년까지 오너리뷰를 통과했는데 2017년부터는 계속 낙제했다"면서 "전국 매출 2위를 기록한 천안두정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 다점포 운영 점주에게 꼼수로 점수를 올려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객관성이 부족한 오너리뷰를 근거로 계약 갱신이 어렵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설명했다.

권리금 한 푼 못 받고 빚더미 앉은 점주…"약자를 위한 법이 오히려 강자에 유리하게 적용"

한때 5개 맥도날드 점포를 맡았던 여씨는 현재 대구교대점만 운영 중이다. 고씨도 우장산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계약 갱신이 거절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씨가 더욱 억울한 것은 일반적 가맹사업과 달리 권리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맹점주들은 맥도날드 운영을 위해 명목상 가맹금 2만2500달러(약 3000만원)와 함께 매장에 관한 10년간의 영업권 및 시설에 대한 양도 대가 약 5억~10억원을 냈다. 하지만 이는 계약 종료 이후 모두 소멸하는 금액이다.

여씨는 "맥도날드 점포의 경우 본사가 임차인이고, 점주가 이를 전대(임차인이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아무리 영업을 잘하더라도 점주는 권리금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아무리 점주가 영업을 잘해 우수한 매출을 기록하더라도 계약갱신이 거절되면 어떠한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점포를 떠나야 하는 것이 맥도날드 점주들의 현 상황이다.

김태중 법무법인 르네상스 변호사는 "가맹사업법이 10년 계약갱신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약자인 점주를 보호하기 위함인데 한국맥도날드는 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고 있다"면서 "공정위가 이러한 빈틈을 메우기 위해 장기점포의 안정적 계약 갱신을 위한 지침을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유명무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맹계약 10년을 규정한 현행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점 계약갱신이 거절된 피해 사례를 제보받습니다.

유통경제부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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