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박빙 판세에 줄소송…37개주서 165건

7개 경합주에 집중
"줄소송에 선거 불신 증폭 우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약 3주 앞둔 가운데 박빙 판세가 이어지며 대선 관련 소송이 난무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현지시간) 지난 2년간 2024년 미국 대선 관련 소송이 37개 주에서 165건 이상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소송의 절반 이상은 대선 격전지인 7개 경합주에 쏠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약 3분의 1이 8~9월에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미국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선거 소송에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적극적이다. 소송의 약 55%는 공화당과 보수 진영에서 제기했다. 블룸버그는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공격적인 법률 전략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미국 공영 방송사인 NPR과 PBS가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부터 10월 1일까지 전국 성인 1628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8%가 올해 대선에서 '투표자 사기'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특히 공화당원 유권자는 86%나 이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 소송 사례 약 3분의 1은 투표 자격 관련이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불법 투표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법적 문제를 제기하며 민주당 지지자일 가능성이 큰 유권자의 투표 자격을 박탈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RNC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학생과 교직원들이 학교에서 발급한 디지털 신분증을 투표 시 신원 증명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민주당 측은 공화당 우세 주에서 투표를 방해하는 장벽을 만든다고 이의를 제기하며 투표 접근성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앨라배마에서는 시민 단체들이 연방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3000명 이상의 외국인을 투표에서 제외하는 조치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또 몇몇은 잘못 등록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송은 대다수는 7월 이후 제기됐는데, 11월까지 종결될 가능성이 작아 실질적 결과 확보보다는 선거에 대한 불신을 심는 데 목적이 있다고 비판받고 있다.

선거 관련 소송 제기는 2020년 대선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크게 늘었다. 당시 공화당은 부재자 투표의 갑작스러운 확대에 반대했고, 민주당은 확대를 지지했다.

지난 선거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우편 투표와 부재자 투표를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2020년 대선 당시 부재자 투표와 우편 투표가 직접 투표보다 나중에 집계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기를 잡았다가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 뒤집힌 사례가 있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선 투표자 사기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이번 대선에서도 위스콘신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2020년 대선 당시 위스콘신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2만표 차이로 패배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투표자 사기'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새로운 소송이 계속 제기되고 있으며, 11월 대선 이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법적 이의제기 폭풍에 더 많은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며 "법원이 선거 결과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더라도 소송은 투표수를 신뢰할 수 없다는 믿음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부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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