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에서도 이제 안 받아요'…수억 들여 가로수 교체하는 서울시

"냄새난다" 시민들 원성
열매 처리·수나무 교체 작업

가을철마다 악취를 풍기는 은행나무 열매 때문에 서울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열매 처리와 수나무 교체에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모되고 있다.

13일 서울 중구 정동길 인도가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열매 자국으로 더럽혀져 있다. 시민들이 거리에 남아있는 열매를 피해 걷고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14일 서울시는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편성해 이달 말까지 은행나무 2만5127그루의 열매를 조기 채취할 예정이다. 또한 시민 불편 민원을 접수해 신속히 처리하는 은행 열매 수거 즉시처리 서비스를 운영한다. 서울 성북구는 올해 3억원의 예산을 들여 은행나무 221그루를 교체한다. 서울 강북구는 3년 전 암나무 1060그루를 전부 수나무로 교체했다.

은행나무 열매 처리도 골칫거리다. 서울시는 이렇게 채취한 열매를 매년 경로당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증해왔으나 올해는 기증을 받아주지 않아 열매를 전부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이상 없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나무가 도로변에 있다 보니까 열매가 중금속에 오염됐을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에 선뜻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열매를 기증하기 위해선 하나하나 껍질을 까야 하는데 과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에 원성이 높다. 한모씨(56)는 “가을이 올 때마다 은행나무 열매의 기분 나쁜 냄새를 맡는 건 곤욕이다. 근처에만 가도 악취가 심해서 인상부터 찌푸리게 된다”며 “바닥에 나뒹구는 열매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해 불편하다”고 비판했다. 이모씨(27)는 “길을 걷다 은행 열매를 밟은 날이면 몸에서 냄새날까 봐 걱정되고 상당히 찝찝하다”고 지적했다.

사회부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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