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현기자
내년도 보험산업이 성장성 둔화와 수익성 약화, 건전성 악화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보험사들이 메가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사업모형을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5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내년도 보험산업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올해 예상치(4.7%)의 절반 수준인 2.4%에 그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수입보험료는 보험사가 벌어들인 보험료로 제조업에서의 매출에 해당한다.
업권별로 보면 내년도 생명보험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전년대비 0.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건강보험 포트폴리오의 시장지배력 확대가 예상되지만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황 실장은 "저축성보험은 금리 하락으로 일시납 연금보험 신규 판매 축소가 예상돼 보험료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며 "변액보험은 주식시장 회복세에 힘입어 신규판매 확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감소세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해보험 수입보험료 성장률은 전년대비 4.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황 실장은 "장기손해보험은 상해·질병보험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가 예상되고 자동차보험은 보험료 조정이 없을 경우 낮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일반손해보험은 화재보험의 완만한 성장세와 해상·특종보험의 고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체제에서 보험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은 생명·손해보험 모두 올해와 내년에 늘겠지만 증가율은 점차 둔화할 전망이다. 생명보험의 CSM 규모는 올해 60조2000억원, 내년엔 60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증가율은 각각 3.3%, 0.5%가 될 것으로 추정됐다. 손해보험 CSM의 경우 올해 67조7000억원, 내년엔 69조7000억원으로 증가율은 각각 5.2%, 3%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보험사 건전성도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금리하락은 손해보험보다 생명보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황 실장은 "가용자본의 추가하락과 금리위험액 증가 등을 고려하면 킥스는 내년에 더 하락할 것"이라며 "다만 보험사별 보험상품 포트폴리오와 자산구성, 위험관리 수준에 따라 편차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가 인구·기후·기술혁신 등 메가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미래 성장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노후 부양비 상승과 플랫폼 기반, 경험중시 소비성향 등에 대응해 금융·비금융시장으로 사업모형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자산의 노후소득 전환 방안으로 보험금청구권 신탁과 생명보험금 담보대출 등 보험자산 유동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노후 대비 자산형성 수요에 대응한 투자역량 강화와 새로운 투자처 발굴을 통한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내년도 보험산업은 저금리로의 통화전책 전환과 보험개혁회의를 통한 보험제도 개선 등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보험산업의 장기적 성공은 단순히 현재의 위기 극복에 그치지 않고 미래에 대비하는 것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