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고공행진…한국인의 금 투자법[조선물가실록]

(35)36만원이던 금 한돈 48만원으로 껑충
실물·ETF 등 다양한 금테크 방법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금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은 올해 가격이 30% 이상 급등했다. 금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다 실물 매입은 물론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들이 다양해져 한국인들에게도 금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 한 귀금속 판매점에 골드바 사진이 붙여져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6일 서울 종로구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과거 돌반지 등을 구매하기 위해 들렸던 손님들이 금값 상승으로 급감한 대신 투자목적으로 금을 사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김씨는 "금은방 오는 손님 10명 중 3~4명은 투자목적으로 금을 산다"며 "금값이 올해 상당히 오르다보니 저금으로 돈을 묶어두기보다 금을 사서 놔두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건데,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이 금 매수 문의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금 투자는 직접 현물을 구매하는 것과 금 관련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현물 투자는 금은방이나 한국 금거래소에서 골드바 등을 직접 구입하는 것을 뜻한다. 골드바, 금화, 장신구 등 세공을 거친 제품을 구매해 보관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최근엔 금값이 비싸지다 보니 공임비를 아끼기 위해 금덩어리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다만 금 실물 투자는 구매할 때 매겨지는 10%의 부가가치세, 수수료, 관리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금값이 15% 이상 오르지 않을 경우 수익을 내기 힘들다.

골드 뱅킹으로 불리는 금 통장을 개설해 금을 사고파는 것도 금 재테크의 방법이다. 0.01g 단위로 금 매입이 가능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자동이체를 이용한 적립식 투자도 가능하다. 실물 금을 따로 보관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매매차익의 15.4%가 원천징수되고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비과세 혜택이 있는 KRX 금 현물 계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한국거래소에서 금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증권사 계좌를 개설해 주식처럼 투자하면 된다. 1g 단위로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0.2~0.3% 수준의 증권사 수수료가 부과된다. 다만 향후 골드바 형태로 인출하기 위해서는 10%의 부가가치세를 내야한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대표적인 금융 투자 상품이다. 금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ETF를 주식처럼 매매하는 방식이다. 주식 거래처럼 증권 계좌만 있으면 손쉽게 ETF를 사고팔 수 있다. 금 선물 투자도 가능하다. 금 선물은 금 가격의 미래 변동에 베팅하는 파생 상품이다.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손실 위험도 높은 만큼 주의해야 한다. 역시 소득세 15.4%가 부과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금값 오름세 내년까지?…가격 전망은

3일 최대 금선물 거래소인 미국 코멕스(COMEX)에서 거래되는 금선물은 전거래일보다 0.35% 상승한 온스당 2679.2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금값은 올해 올 1월2일 온스당 2073.40달러에서 최근 들어 30% 상승했다.

실물 금가격도 급등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4일 순금 한 돈(3.75g, 살 때 기준) 가격은 48만5000원으로, 올해 1월2일(36만8000원)보다 31.79% 상승했다.

금값이 오른 건 불안한 국제 정세 탓이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안전한 투자 수단으로 꼽히는 금으로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3년 넘게 전쟁을 치르고 있고 이란의 이스라엘을 향한 미사일 공격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들인 것 역시 금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됐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2022년부터 금 보유량 관리에 힘쓰고 있는데, 세계금협회(WGC)의 지난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량은 1037t(톤)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082톤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9월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 이후 오는 11월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금값이 오르는 이유다. 금리가 내려 화폐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반대로 금값은 오른다.

내년 금값이 온스당 29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초 금 가격 전망치를 2700달러에서 29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서방 국가와 중국의 단기 금리가 더 빨리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계적 금리 하락, 구조적으로 높아진 중앙은행 수요, 지정학적·경기침체 위험에 대한 금의 헷지(위험회피) 성격이 금 가격에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취재부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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