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에 주목받는 헤즈볼라 수장…나스랄라 살아있나

이스라엘 방송선 "나스랄라 제거" 자막
이란 언론은 "건강하다" 보도

이스라엘군이 27일(현지시간) 오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에 있는 헤즈볼라 본부를 정밀 공습하면서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의 생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나스랄라가 이번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 언론은 "그는 건강하다"고 보도해 상반된 양쪽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다히예에 있는 주거용 건물 아래 헤즈볼라 본부를 폭격했다고 밝혔다. 미 CNN 등 외신은 이스라엘군이 F-35 전투기, 미국산 폭탄 벙커버스터 등을 동원해 최소 10차례 폭격을 퍼부은 결과, 건물 여섯 채가 붕괴해 최소 2명의 사망자와 7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2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불길과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사진출처=AP 연합뉴스]

한 이스라엘 관리는 "나스랄라가 이런 공습에서 살아나올 수 있다고 상상하기가 어렵다"며 그가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보도했다. 또 다른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도 방송 자막에서 "나스랄라가 제거됐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나스랄라는 건강한 상태"라면서 "이번 공습에 어떤 고위급 헤즈볼라 지도자도 순교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다. 또 이란 국영 프레스 TV도 "나스랄라는 안전한 곳에 있다"며 "이스라엘 공습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생사가 불확실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사진출처=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64세인 나스랄라는 1960년 레바논 베이루트 동쪽의 난민촌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년기에 이슬람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교리 연구에 빠져들었다. 나스랄라는 22세이던 1982년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레바논 전쟁이 발발한 데 대응해 만들어진 헤즈볼라 조직에 뛰어들었다. 이후 군사 지휘관으로 성장한 그는 1992년 이스라엘에 암살된 당시 헤즈볼라 사무총장이자 조직 창립자인 압바스 알무사위의 뒤를 이어 헤즈볼라 수장 자리에 올랐다. 2000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철수를 결정하자 나스랄라의 입지는 더욱 견고해졌다. 그가 이끄는 헤즈볼라는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 때 이란과 함께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했다.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이나 나스랄라의 생사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각국은 레바논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 잇따라 철수령을 내리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외무부 산하 영연방 개발사무소(FCDO)는 성명을 통해 "레바논에 있는 영국 국민은 지금 떠나라. 여러분은 이용할 수 있는 다음 비행기를 타라"고 말했다. 또 "레바논에서 떠나는 비행기에 더 많은 영국 국적자가 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레바논에는 영국인 약 5000명이 있다.

캐나다 정부는 자국민의 탈출을 위한 항공권 확보에 나섰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상업용 항공편이 제한된 상황에서 캐나다인들이 탈 비행편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이용할 수 있는 항공편이 있다면 제발 레바논에서 떠나라"고 호소했다. 졸리 장관은 "레바논에서 출국 지원을 원하면 대사관에 등록하라"며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돈을 빌려줄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이라크 교통부는 레바논 안보 상황 악화를 이유로 베이루트 노선 항공기 운항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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