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후임 자리를 두고 27일 치러진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67) 전 자민당 간사장과 다카이치 사나에(63) 경제안보담당상이 결선 투표에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오후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진행된 개표 결과, 9명의 후보 가운데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상위 2명인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과 이시바 전 간사장을 상대로 결선투표가 현재 진행 중이다. 결선투표 결과는 오후 3시40분께 나올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차 투표 1위인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총 181표로 의원 72표, 당원 109표를 얻었다. 2위인 이시바 전 간사장은 총 154표로 의원 46표, 당원 108표를 받았다. 이들과 함께 치열한 3강 구도를 이어온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은 총 136표(의원 75표, 당원 61표)에 그쳤다.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결선 투표에 앞서 "여성인 내가 결선 투표에 남은 것은 자민당에 있어서도, 일본에 있어서도 역사적"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 활성화 방침을 강조하는 한편,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일본 만들어 다음 세대에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슬프고 괴로운 사람들을 서로 돕는 일본을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규칙을 지키는 자민당이어야 한다"면서 "국민은 여전히 자민당을 믿지 못할 수 있다. 국민을 믿고 도망치지 않고 정면에서 말하는 자민당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선 투표는 국회의원 368표와 지방 조직 47표를 더해 총 415표로 진행된다. 1차 투표보다 의원표의 비중이 더 커지는 셈이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비롯해 1차 투표에서 3~4위를 기록한 후보들의 표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우익 성향의 정치인인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승리할 경우 일본에서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1961년생인 그는 역대 총리들이 공통적으로 역임한 재무상, 외무상, 경제산업상 등을 거쳤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총리가 될 경우 아베노믹스를 비롯한 아베 전 총리의 경제, 외교·안보 정책 노선을 계승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이번 총재 선거는 이시바 전 간사장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 간 양강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지율 3위에 머물던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선거 막바지에 우익 보수층 지지를 흡수하면서 1차 투표 1위에 올라섰다. 앞서 산케이신문은 비자금 스캔들 이후에도 유일하게 자민당 내 강력한 파벌을 구축하고 있는 아소 다로 부총재가 이번 선거에서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을 지원하도록 소속 의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당 간사장만 두차례 역임하는 등 12선 베테랑 정치인이지만, 당내 파벌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지지 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그는 2012년 선거 당시 1차 당원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파벌을 집결시킨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패했었다. 국방 문제에 해박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자민당 내에서는 우익 성향의 의원들과는 다른 ‘비둘기파’적인 역사인식을 나타내왔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인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고 있다. 신임 총재는 이날 오후 6시 기자회견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 내달 1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기시다 총리 후임으로 지명된다. 같은 날 새 내각도 발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