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정일웅기자
플라스틱 폐기물의 분해와 재활용을 수월하게 할 고성능 촉매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 충남대 에너지 과학기술 대학원 신혜영 교수가 참여한 공동연구팀이 폐플라스틱 분해·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탈염소 반응의 메커니즘을 규명, 미량의 백금으로도 염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고성능 촉매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왼쪽부터) 최민기 교수, 석진 박사과정. KAIST 제공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세계적으로 연간 4억t 이상이 꾸준히 생산되고 있지만, 이중 7%가량만 재활용 또는 재사용되고 이외에 60% 이상은 소각·매립된다.
소각·매립된 플라스틱은 환경·경제적 분야에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같은 이유로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을 위한 연구의 중요성이 꾸준히 대두돼 왔다. 실제 세계 각국에선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특히 열분해를 이용한 화학적 재활용 방법은 복잡하고, 비경제적인 폐플라스틱 분류 과정을 생략할 수 있게 해 산업적으로 주목받는다.
이 방식을 이용할 때 생성되는 유분은 플라스틱의 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으로 변환이 가능해 플라스틱의 순환 경제도 가능케 한다.
하지만 플라스틱 폐기물에는 10% 이상의 폴리염화비닐(PVC)이 존재하며, 이는 열분해 후 열분해유 내부에 2000ppm가량의 염소를 남기는 요인이 된다.
남은 염소는 이후 공정에서 반응기의 부식과 촉매의 피독 등을 유발해 공정 효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폐플라스틱의 분해·재활용에서 염소 제거 공정은 필수가 된다.
반면 염소 제거 공정은 최근까지 심도 있게 연구되지 않았으며, 반응 메커니즘이나 활성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가 밝혀진 사례가 없는 실정이다.
공동연구팀은 이러한 실정에 주목해 감마 알루미나에 미량(0.1wt%)의 백금을 담은 촉매로 탈염소 반응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또 규명한 메커니즘을 토대로 고성능 촉매를 설계해 시험했을 때 탄소와 염소 사이의 결합을 끊고, 백금에서 활성화된 수소가 감마 알루미나 표면에 전달돼 염소를 염산(HCI)의 형태로 제거하는 반응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특히 공동연구팀은 다량(7500ppm)의 염소가 포함된 해양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반응에서도 직접 개발한 촉매를 사용했을 때 염소가 98% 이상 효과적으로 제거된다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해양 폐플라스틱의 분해·재활용에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최 교수는 “탈염소 반응은 폐플라스틱을 분해·재활용하는 공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현재까지 심도 있게 연구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탈염소 반응의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고성능 탈염소 촉매 개발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롯데케미칼 탄소중립연구센터와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석진 박사과정 학생, 충남대학교 에너지 과학기술대학원 판 티 옌 니(Phan Thi Yen Nhi) 석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물은 지난달 28일자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