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삐삐' 사용 최근인데…'이스라엘 수년 전 유령회사 설립'

"헝가리 업체, 이스라엘의 유령회사"
"헤즈볼라 삐삐 본격 사용 이전 설립"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레바논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대규모 사상자를 낸 무선호출기(삐삐)의 헝가리 위탁 생산 업체가 실은 이스라엘이 수년 전 헤즈볼라 소탕 작전을 위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삐삐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인데, 이스라엘 당국은 이보다 훨씬 이전부터 헤즈볼라의 삐삐 사용을 예상한 공격 작전을 준비해온 것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보당국 관계자 3명을 인용해 이번 폭탄 삐삐의 헝가리 위탁 생산 업체 ‘BAC 컨설팅’은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안보 작전을 위해 설립된 유령회사라고 보도했다. 전날 레바논에서는 헤즈볼라 거점을 중심으로 수천 개의 삐삐가 동시에 폭발하면서 최소 12명이 숨지고 3000명 가까이 부상했다. 사상자 대부분은 헤즈볼라 대원이었으나 사망자 4명은 어린이로 집계됐다.

폭탄 삐삐에는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의 상표가 표시돼 있었다. 이에 골드아폴로의 쉬칭광 회장은 해당 기기를 제조한 건 헝가리 업체인 ‘BAC 컨설팅’이라고 밝혔고, 자사는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자사 상표 사용을 허락했을 뿐이라고 밝혔었다. 헝가리 정부 역시 BAC 컨설팅이 무역중개회사일 뿐 자국 내 제조시설이 없다며 이 사안과 관계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BAC 컨설팅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NYT에 따르면 BAC 컨설팅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도 삐삐를 판매하긴 했지만, 실제 헤즈볼라 사살을 목표로 세워졌다. 헤즈볼라 측이 주문할 때는 배터리에 강력한 폭발 물질인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를 넣은 제품을 따로 생산해 판매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목적 달성을 위해 BAC 컨설팅 외 최소 2개의 페이퍼 컴퍼니가 추가로 설립됐고, 2022년 여름에도 폭탄 삐삐가 헤즈볼라 측에 소량 공급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 조직원들에게 삐삐 사용을 권장했다. 휴대전화의 경우 위치 노출 우려가 있는 탓에 이스라엘로부터 작전이 노출되거나 암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헤즈볼라 조직원들의 삐삐 수요가 급증했다. 헤즈볼라는 올 여름 수천 개의 삐삐를 추가로 수입했는데, 이중 상당수에 폭발물이 숨겨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NYT는 “나스랄라가 조직원의 삐삐 사용 확대를 권장하기 이전부터 이스라엘은 삐삐 생산업체인 척하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이라고 전했다.

삐삐 폭발 다음 날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 등지에서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휴대용 무전기가 연쇄 폭발하며 추가로 20명이 숨지고 450명 이상이 다쳤다. 이스라엘 측이 무선호출기 외의 다른 통신기기에도 비슷한 작전을 벌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NYT는 “레바논 국민들에게 두 번째 폭발은 전날의 교훈을 확인시켜 줬다. 이제 그들은 가장 흔한 통신 기기조차 죽음의 도구로 변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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