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 타고 향료 넣어도 막걸리?

“세금 7분의 1, 중대형업체 위한 것”
세법개정안에 소형업체 ‘부글부글’

정부가 최근 향료와 색소가 첨가된 술도 ‘탁주’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내놓자 국회에서 법 개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규모 양조장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개정안이 탁주를 포함한 전통주의 품질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개최해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주세법 시행령을 완화해 향료·색소를 넣은 술도 ‘탁주’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미지출처=법률신문]

현재 탁주의 제조 원료에는 △녹말이 포함된 재료 △국(누룩) △물 △당분 △과일·채소류 △아스파탐 등 첨가제로 한정돼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향료·색소 등의 첨가물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탁주에 향료·색소를 넣으면 탁주가 아닌 ‘기타 주류’로 분류되고, 국내에서는 물론 수출할 때도 ‘막걸리’나 ‘탁주’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향료·색소를 넣은 막걸리의 세금이 크게 낮아진다. 예를 들어 한 병(750ml)의 제조원가가 1000원인 술이 주세법상 ‘탁주’에 해당할 경우 세금은 33원, ‘기타 주류’로 분류되면 246원의 세금이 붙는다. 개정안에 따라 종전에 ‘기타 주류’로 분류된 향료·색소를 넣은 제품을 탁주로 인정하면 ‘종량세(용량 대비 세금)’를 적용받아 기존의 7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기재부는 “탁주에 허용 가능한 첨가물의 확대는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제품 개발과 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소규모 주류업체들은 탁주를 포함한 전통주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승훈 백곰우리술연구소 대표는 개정안에 대해 “색소나 향 사용이 금지된 현재도 이를 넣었을 때 명시적으로 막걸리나 탁주라는 단어를 사용하진 못할 뿐 통상적인 막걸리 용기에 담아 유통이 가능하다”며 “개정안의 취지는 오로지 중대형 양조장들의 주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도 3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에서 탁주의 첨가 원료를 확대하는 세법 개정안에 우려를 표했다. 임 의원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양조장들이 주세 감면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향료와 색소를 넣어 술을 제조하는 일부 업체들만 세금 혜택을 보게 된다”며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지역 특산주·탁주 업체에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 부총리는 “업계의 건의를 수용한 것인데 반대하는 업계의 주장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법원 판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 업계의 의견을 다시 한번 경청해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김지현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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