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금융당국이 대형 은행의 자본금 강화 요건을 최초 예고안의 절반 수준으로 완화한다.
10일(현지시간) 마이클 바 미 연방준비제도(Fed)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은 워싱턴 D.C.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열린 행사에서 '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으로 지정된 대형 은행들의 자본금 요건을 종전 대비 9%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Fed 등은 지난해 7월 대형은행의 자본금 요건을 19% 상향키로 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이 같은 해 3월 파산하면서 은행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반영됐다. 당시 SVB는 미 국채에 대거 투자했다가 고금리로 인한 가격 하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이어지며 끝내 문을 닫았었다.
이 같은 규제당국의 움직임에 반발해 미 대형 은행들은 정치권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전을 펼쳐 왔다. 은행 입장에서는 강화된 건전성 규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자본을 많이 쌓게 될 경우, 대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자본이 부족해져 이익 창출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Fed 등은 은행권의 반발을 수용해 종전안에서 크게 후퇴한 수준으로 규제 수위를 낮췄다.
바 부의장은 "자본금 요건 확대에는 비용과 편익이 동시에 존재한다"며 "이번 수정안은 비용과 편익이 더 나은 균형을 이루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