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흙수저 출신'으로 화제를 모은 엔절라 레이너 영국 부총리가 최근 클러버의 성지인 스페인 휴양지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는 모습이 공개돼 비판받고 있는 가운데, “나는 내 일에 진지하다”고 반박했다. 5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는 "레이너 부총리가 스페인 휴양지 이비자의 나이트클럽 무대에 올라 DJ 옆에서 노래하며 춤추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영국 배우 데니즈 반 아우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영상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이 공개된 뒤 보수당을 중심으로 부총리가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며 놀 상황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보수당의 나딘 도리스 전 문화 장관은 “많은 사람이 미래를 걱정하는 때에 부총리가 1999년처럼 파티를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건 잘못된 판단이며 청소년 같다”며 “국가가 하원보다 하우스뮤직을 선호하는 파티광과 함께 있다. (레이너 부총리는) 성숙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레이너 부총리는 영국 매체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틀 정도 휴가를 갔다. 춤추는 걸 비판할 수는 있지만, 나는 내 일을 진지하게 여긴다”며 “나는 늘 의회에 있고 해야 할 일을 한다. 누구나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내 일을 정말 진지하게 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노동계급이고 춤추기와 댄스 음악을 좋아한다”며 “전에는 오페라에 갔다고 비판받은 적도 있다. ‘샴페인 사회주의자’(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는 사회주의자)처럼 극장에 다니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레이너 부총리는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고충도 전했다. 그는 어려운 형편의 집안에서 자라 6세에 출산으로 학교를 그만두는 등 힘든 성장기를 보내는 역경을 딛고 출산 후 다시 공부를 시작해 노조 활동을 하고 정치에 입문해 내각의 2인자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총선 승리 직후) 다우닝가 10번지에 들어간 날, 나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으로서 엄청난 순간이었지만, 내가 뭘 입었는지에 대한 논평이 훨씬 더 많았다”고 말했다.
앞서 레이너 부총리가 키어 스타머 총리 취임 연설에서 입은 민트색 정장의 가격이 550파운드(한화 약 97만원)로, 이튿날 입은 주황색 드레스는 227파운드(약 40만원)로 알려져 일부 보수 논객의 타깃이 됐었다. 당시 GB뉴스의 한 평론가는 "노동 계층을 대표한다던 레이나가 감히 방글라데시 공장에서 만든 것이 아닌 예쁜 옷들을 입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레이너 부총리는 “나는 정말 열심히 일했고, 16살에 아이를 낳아 길렀으며, 존중을 받고 내가 하는 일에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보여주기 위해 일해 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내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에 관해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본질에 관해 얘기하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