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민재기자
필리핀에서 ‘중국 간첩’ 의혹을 받다 해외로 도주한 필리핀의 한 소도시 전직 시장이 인도네시아에서 체포됐다.
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 밤반시의 앨리스 궈(35·여) 전 시장이 인도네시아에서 검거됐다고 필리핀 법무부와 국가수사청(NBI)이 발표했다.
법무부는 성명에서 궈 전 시장이 이날 오전 1시 30분께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인근에서 체포됐으며, 현재 인도네시아 경찰 당국에 붙잡혀 있다고 밝혔다.
하이메 산티아고 NBI 국장도 궈 전 시장 체포 사실을 확인하고 필리핀으로 송환되면 그간 제기된 혐의에 따라 그를 기소하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당국은 궈 전 시장을 최대한 빨리 필리핀으로 데려오기 위해 인도네시아 출입국 당국과 조율하고 있어 그는 조만간 필리핀으로 송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궈 전 시장을 이날 안으로 필리핀에 데려오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양국 정부간 긴밀한 협력으로 이번 체포가 가능했다"면서 "우리는 앨리스 궈를 오늘 데려오는 합의를 이미 마무리하는 중"이라며 "사법을 회피하려 시도하는 이들에게 이번 일이 경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궈 전 시장은 필리핀에서 ‘범죄 소굴’로 악명 높은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과 유착해 불법 입국 알선 등 범죄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범죄 활동 수익금 1억필리핀페소(약 23억8000만원) 이상을 돈세탁한 혐의가 적용된 상태다.
또 그가 10대 시절 궈화핑이라는 중국인 신분으로 필리핀에 입국한 뒤 필리핀인으로 ‘신분 세탁’했으며 중국을 위해 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는 지난 5월부터 필리핀 상원의 조사를 받아왔다.
궈 전 시장이 상원의 출석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하자 당국은 그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심각한 위법 행위를 이유로 들어 시장직에서 직위 해제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7월 해외로 몰래 달아나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를 돌아다니다가 이번에 붙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