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정일웅기자
증기 발전을 대체할 초임계 이산화탄소(CO2) 발전 시스템의 성능시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은 물을 끓여 증기로 터빈을 가동하는 기존의 발전 방식을 대신해 이산화탄소를 데워 터빈을 가동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도 평가받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은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시스템으로 100kWe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 성능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4일 밝혔다.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한 것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현재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은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까닭에 미국(10MW급 실증), 유럽(2MW급 실증) 등지에서만 기술개발 및 실증이 추진되는 상황이다. 이는 원자력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성능시험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원자력연이 개발한 시스템은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로 압축기와 터빈을 구동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핵심 원리다. 압축기에서는 유체(이산화탄소)를 저압에서 고압으로 압축하고, 유체가 시스템 내부에서 순환하도록 한다. 또 고압의 유체는 터빈으로 유입돼 내부 날개를 회전시키고, 그 힘으로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앞서 원자력연은 2020년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시스템의 핵심 장치인 압축기를 개발했다. 이어 올해 터빈 개발을 완료함으로써 전력 생산을 위한 성능시험을 진행할 수 있었다.
터빈은 회전축과 축의 끝에 결합해 에너지를 만드는 회전체(날개), 축을 지지하는 베어링 등으로 구성됐다. 원자력연은 양흡입·양배출(Two way suction·Two way discharge) 터빈 시스템을 고안해 이산화탄소가 오가는 터빈의 입구와 출구를 대칭 형태로 2개씩 만들고, 회전체를 축의 양 끝에 배치해 힘의 균형을 맞췄다.
이 결과 4만 RPM의 고속 회전에서도 축과 회전체의 제어가 가능해져 효율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통상 순수 물질이 초임계 상태에 이르면 액체와 기체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다. 특히 초임계 이산화탄소는 초임계의 시작인 임계점 부근에서 액체처럼 밀도가 높아 압축에 용이하다. 또 고온의 초임계 상태에서는 기체처럼 점성이 낮아 마찰이 적고, 기계 내부에서 팽창이 자유로워 발전 시스템에서 매우 효율적인 유체로 평가받는다.
이산화탄소의 임계점은 31℃, 7.38MPa(메가파스칼)로 물의 임계점에 비해 현저히 낮고, 비용이 저렴한데다 구하기도 쉽다. 여기에 기체 특성상 기계가 쉽게 부식되지 않아 초임계 발전 시스템에 적합하다.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시스템은 기존 증기 발전 시스템과 비교해 고온에서 높은 열효율을 갖는 동시에 1/10 크기의 간단한 구성으로 기기의 소형화가 가능한 이점으로 태양열, 고온 연료 전지, 핵융합, 차세대 원자로, 엔진 배기열, 가스 터빈 배기열, 석탄 화력 등 각종 열원으로 장치를 구동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현재 미국에서도 U.S. DOE 주관으로 텍사스 샌안토니오에 10MWe급 ‘스텝 프로젝트(STEP Demo, the Supercritical Transformational Electric Power Project)’를 추진하는 등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시스템 기술을 선점하는 데 주력하는 중이다.
원자력연의 연구 성과는 민군협력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의 ‘수상함 배기열 회수 초임계 CO2 발전 기술 개발’ 과제 수행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다. 과제에는 원자력연·㈜진솔터보기계·KAIST·포항공과대 등 4개 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조진영 선진원자로연구소장은 “초임계 CO2 발전 시스템을 이용한 전력 생산은 향후 차세대 원자로와 소형 모듈원자로의 동력 변환계통 적용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원자력연은 연구의 최종 목표인 총 전기 출력 500kW 생산이 연내 가능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