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세상에, 방금 401K(미국형 퇴직연금)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이것은 신의 선물이에요!”(51세 미국인 스티 에트리지)
많은 미국인이 부유해질 수 있었던 데는 상승 곡선을 그려온 자국 주식시장 덕분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자산시장 폭락을 가져온 일명 ‘블랙 먼데이’ 이후에도 미국 증시에서는 매수세가 지속됐는데 이는 주식이 꾸준히 상승했다는 경험을 학습한 미국인들의 낙관적인 투자 심리가 자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WSJ가 인용한 미 금융서비스업체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최소 100만달러 상당의 401K(미국형 퇴직연금) 계좌 수는 약 49만7000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 대비 31% 증가한 것이자 역대 최고 많은 계좌 개수다.
401K 적립금의 상당수는 미국 주식에 투자되는데 주가가 오르며 은퇴 자산이 덩달아 늘어나는 선순환 효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WSJ는 “급등하는 미국 주식 시장은 미국인의 순자산을 급격히 높이는 데 도움을 줬고, 많은 백만장자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유수한 미국 기업 종목으로 구성된 S&P500지수는 올해 무려 36차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연중 상승 폭은 19%에 이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올 들어 20% 올랐다.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그리자 가계 주식 직접 투자 비중도 높아졌다. JP모건에 따르면 미국인 금융 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42%로 이는 데이터를 집계한 1952년 이후 가장 큰 비중이다.
전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미국 증시가 상승 랠리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7월 자산 관리자들의 S&P500지수 선물에 연계된 순 강세 베팅은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지난달 경기침체 우려,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인공지능(AI) 과잉 투자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며 블랙 먼데이가 주식시장에 드리웠다. 그러나 미국 증시 폭락은 해프닝에 불과했고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금융정보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미국 주식 펀드에 8주 연속 매수세가 이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WSJ는 조정장이 오더라도 다시 오를 거라는 믿음으로 오히려 기회로 보고 추가 매수에 나서는 미국인들이 많다는 것과 연관 지어 분석했다. 뉴저지 스프링필드에 거주하는 67세 치과의사 윌리엄 보로드씨는 WSJ에 “(미국 주식 폭락에 대한) 가장 보수적인 접근 방식은 ‘항상, 올인(all in, all the time)’”이라며 “최근 몇 년간 주식이 상승해 저지 쇼어에 있는 별장에 보트를 추가로 마련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파파마르코웰너 자산운용의 손 퍼킨 사장은 WSJ에 “우리는 (미국) 주식 시장이 낙관적이라고 보고 있고, 고객들에게 지금이 투자할 적기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