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같은 사무실이라면 오고 싶을까? 美 사무실의 변신

호텔·리조트처럼 편의시설 갖추는 사무실
재택근무 원하는 직원의 사무실行 노력

코로나19를 계기로 직장인의 재택근무 요구가 커진 미국에서 사무실이 호텔이나 리조트처럼 변신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회사의 사무실 복귀 요구를 강하게 거부하는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차원에서 '출근하고 싶은' 사무실을 만들고자 투자를 쏟아붓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에서 사무실을 호텔화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사무실 공실률이 20%에 달할 정도로 도심 상업 지구가 여전히 꽤 비어있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사무실을 집처럼 편안하게 생각하거나 오히려 그보다 더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업무 공간인 스프링라인 내부 모습(사진출처=스프링라인 SNS)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업무 공간인 스프링라인 내부 모습(사진출처=스프링라인 SNS)

글로벌 건축설계 회사인 미국 겐슬러의 건축가인 에이미 캠벨은 "주거용 공간이나 공항까지 모든 공간에서 호텔화(hotelification)가 진행되고 있는 듯 보인다"면서 사무실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무실도 "마치 스타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모습"이라며 "그러한 공간은 각자가 가질 수 있는 모든 다른 필요를 담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겐슬러가 올해 15개국에서 1만6000명의 사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단순히 기능적이고 효율을 추구한 사무실에는 더 이상 만족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사무실이 아름답고 사람들을 반기는 공간이면서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공간이길 바라는 경향을 보였다.

미국에서 호텔화한 사무실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업무 공간인 스프링라인이다. '업무 리조트'로 불리는 스프링라인은 일하는 공간이지만 마치 리조트처럼 꾸며진 공간이다. 프리미엄 오피스 빌딩 2개와 회의가 가능한 야외 공간이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식당 9개, 테라스, 헬스장, 수영장, 골프 연습장, 고급 이탈리아 식료품점에 주거용 빌딩까지 갖춰져 있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업무 공간인 스프링라인 내부 모습(사진출처=스프링라인 SNS)

내부 공간에는 고급 호텔처럼 대리석 테이블과 흰 가죽 소파, 그랜드피아노까지 놓여 있고, 바닷바람에 꿀이 가미된 시그니처 향까지 마련돼 사무실 곳곳에서 향기가 난다. NYT는 이곳에서 칵테일 모임부터 무소음 디스코까지 다양한 커뮤니티 이벤트가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

2022년부터 스프링라인에서 업무 중인 한 로펌의 경우 소속 변호사 22명 중 절반이 사무실로 나오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고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스프링라인에 들어왔다. 회사 관계자는 "사무실 출석률이 같은 업종 다른 회사보다 높은 편"이라면서 공간이 사람을 끌어들였다고 평가했다.

스프링라인 외에도 로스앤젤레스의 해비타트, 시카고의 마트, 영국 런던의 22비숍게이트 등이 이렇듯 호텔이나 리조트 형태로 공간을 꾸몄다고 NYT는 전했다. 적외선 사우나나 명상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내년 봄 착공 예정인 런던의 '워크 리조트' 캐나다워터에는 소금물 치료 스파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2014년 책 '큐브 : 일터의 비밀스러운 역사'를 쓰고 현재는 미국 민주당 소속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인 니킬 사발은 "직장인들 사이에 널리 퍼진 불만이 변화를 이끌었다"며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일에 대한 기본적인 불만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부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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