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이상 일반사기 무기징역까지…'공탁' 감경은 제한적으로

양형위, 사기범죄 권고 형량범위 상향

일반사기 중 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이거나 조직적 사기 중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사기범죄의 권고 형량범위가 상향된다.

그동안 형 감경 요소였던 '피해자가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고 한 경우'가 양형인자에서 제외되고, '실질적 피해 회복'이나 '상당한 피해 회복' 등 양형인자에서 '공탁 포함' 문구가 삭제된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13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상원)는 전날 열린 제133차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기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해 수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양형위는 먼저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범죄양상과 국민인식의 변화를 반영해 사기범죄의 권고 형량범위를 상향했다. 양형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및 보험사기범죄 편입, 범죄양상 및 국민인식의 변화 등을 종합, 기존 양형기준의 전반적 재검토를 거쳐 권고 형량범위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양형위는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죄의 법정형과 양형실무상 평균 선고형량 등 통계수치, 전세사기·전기통신금융사기 등을 비롯해 다수 피해자를 양산하고 사회적인 해악이 큰 다중피해 사기범죄 및 고액 사기범죄에 대한 엄벌 필요성 등을 고려해 이득액 5억원 이상 20억원 미만의 일반사기 및 조직적 사기의 가중영역과, 이득액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300억원 이상의 기본 및 가중역역의 상한을 높였다.

특히 일반사기 중 이득액 300억원 이상 및 조직적 사기 중 이득액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의 범죄에 대해서도 가중영역의 상한을 17년으로 높여 죄질이 무거운 경우 특별조정을 통해 무기징역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사기범죄 권고형량 범위안. 표=대법원 제공

양형위는 사기범죄의 권고 형량범위를 상향한 것 외에도 ▲특별감경인자의 범위 축소 ▲보험 등 전문직 종사자가 범행에 가담한 경우를 형의 가중인자로 추가 ▲공탁 관련 양형인자 정비 ▲집행유예 기준 강화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사기범죄의 형을 감경하는 특별감경인자인 '기망행위의 정도가 약한 경우'의 정의규정 중 '보험계약에서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작위의 기망행위를 한 경우'를 삭제했다.

대법원은 "고지의무를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했음에도 묵비한 채 계약을 체결하는 등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보험사기가 성립된다"고 밝힌 바 있다.

양형위는 이 같은 대법원 판례를 고려할 때 고지의무 위반을 통한 부작위에 의한 보험사기라고 하더라도 적극적인 기망행위와 비교해 그 불법성이 일률적으로 가볍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양형위는 '피해자에게도 범행의 발생 또는 피해의 확대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경우'의 정의규정 중 '피해자가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고 한 경우'를 제외했다.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이용하는 사기범죄의 특성상, 피해자가 단기간에 고수익을 추구했다는 사정을 형량 감경사유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다.

양형위는 '보험 등 전문직 종사자가 범행에 가담한 경우'를 형의 가중인자로 삼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식에 관해서는 전문위원단의 추가 연구를 거쳐 향후 위원회에서 추가 심의한 뒤에 확정하기로 했다.

공탁 관련 양형인자도 정비됐다. 양형위는 감경인자인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 및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에서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를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공탁은 피해 회복 수단에 불과한데,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로 인해 공탁만으로 당연히 감경인자가 되는 것처럼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대신 감경인자인 '실질적 피해 회복'의 정의규정에 '다만, 공탁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공탁금 수령의사, 피고인의 공탁금 회수청구권 포기의사 등을 신중하게 조사, 판단한 결과 실질적 피해 회복에 해당하는 경우만을 의미한다'라는 단서를 추가했다.

기존 정의규정은 '실질적 피해 회복'을 현재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끝에 합의에 준할 정도(재산적 피해만 발생한 경우에는 그 손해액의 약 2/3 이상)로 피해를 회복시키거나 그 정도의 피해 회복이 확실시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었다.

양형위는 "공탁이 피해를 회복하는 수단의 하나임을 분명히 하면서, 실질적 피해 회복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피해자의 공탁금 수령의사, 피고인의 공탁금 회수청구권 포기의사 등을 신중하게 조사·판단하도록 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양형위는 사기범죄에 대한 집행유예 기준을 강화했다.

양형위는 조직적 사기 유형에 대한 부정적 주요참작사유로 '사기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그 실행을 지휘한 경우'를 새롭게 추가하고, 조직적 사기 유형에까지 적용되던 긍정적 주요참작사유인 '미필적 고의로 기망행위를 저지른 경우'를 일반사기 유형에 대해서만 적용되도록 제한했다. 조직적 사기 범죄에서 범행을 주도하거나 계획한 주동자의 경우 불리한 양형사유로 참작하고, 미필적 고의에 따른 기망을 일반 사기범죄와 달리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번에 논의된 양형기준 수정안은 내년 1월부터 2월까지 공청회와 관계기관 의견조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내년 3월 열리는 양형위원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최종 의결되기 전까지 세부적인 양형기준안은 변동될 수 있다고 양형위는 전했다.

다음 달 개최되는 제134차 양형위원회 회의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위반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이 심의될 예정이다.

사회부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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