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필기자
쿠팡이 7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은 수익성이 다소 악화된 가운데 영업면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회사 파페치의 영업손실과 공정거래위원회 자체 브랜드(PB) 상품 '검색순위 조작' 등 과징금 추정치가 선반영돼 3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8개 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지만, 지난 4월 신규 와우멤버십 회원에 대한 이용료 인상 이후에도 여전히 쿠팡을 이용하는 충성 고객으로 인해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성장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는 매출 총이익”이라며 “2분기에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한 21억달러 이상의 매출총이익과 29.3%의 이익률을 기록하며 기록적인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실제 아난드 CFO에 따르면 이번 실적에는 파페치 구조조정 비용과 공정위 과징금 추정치(1억2100만달러, 약 1630억원)가 반영됐는데, 이를 제외할 경우 2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1699억원(1억2400만달러)에 달했다.
최근 큐텐 계열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환불 지연 사태로 인해 e커머스 시장이 재편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쿠팡의 마켓플레이스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도 주목된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 겸 창업자는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로켓그로스(FLC)를 포함한 마켓플레이스(3P) 비즈니스가 전체 사업의 성장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켓플레이스는 판매자(셀러)와 소비자간 거래를 중개하는 오픈마켓으로, 13분기 연속 로켓배송 직매입의 성장세를 웃돌았다고 김 의장은 전했다.
그는 "2020년 이후 9000개가 넘는 소상공인(연매출 30억원 이하) 업체들이 소상공인 신분을 벗어나 사업을 크게 키우도록 도왔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면서 "로켓그로스(판매자 로켓배송) 사업을 시작한 판매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0%, 전분기 대비 25%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대만사업·쿠팡이츠·파페치 등 성장사업 부문의 가파른 상승세도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성장사업 부분의 2분기 매출은 1조222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배에 가까운 483%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파페치를 제외해도 성장세는 188%에 달했다. 김 의장은 "와우 멤버십에 무료 배달 프로그램을 실시한 이후 고객 유입이 꾸준히 상승 궤도를 달리고 있다"고 했다. 대만사업에 관해서는 "대만의 잠재력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신하고 있다"며 "지난해 한국 기업의 대만 판매량도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고 했다.
이번 실적에는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 이후 1조원이 넘는 티메프 거래액이 어느 플랫폼으로 향하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일각에선 티메프가 강점이던 부분이 상품권·기프트콘·e쿠폰과 여행상품 등이 기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생필품 위주의 쿠팡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티메프 사태로 플랫폼 신뢰도가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된 시점이라 업계 1위의 비교적 안전한 플랫폼으로 꼽히는 쿠팡으로 옮겨갈 것이란 분석도 공존한다.
김 의장은 "가장 오래된 고객 집단(코호트)을 포함한 고객들이 계속해서 소비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쿠팡은 이날 기존 유료회원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렸다. 이 때문에 '멤버십 갈아타기'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지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사실상 전체 회원 수나 활성 이용자 수(MAU) 등에 변동은 미미할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실제 쿠팡이 멤버십 월회비 인상을 발표한 지난 4월 이후 쿠팡의 MAU에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의 MAU는 3091만6564명으로 지난 4월(3061만5586명) 대비 1.5% 늘었다.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기준으로도 쿠팡의 MAU는 같은 기간 3090만8366명에서 3166만2174명으로 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