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 암살 사건으로 중동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자 뉴욕유가가 4% 넘게 급등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4.26% 급등한 배럴당 77.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 폭이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2.66% 오른 배럴당 80.72달러에 마감했다.
유가는 전날까지 사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하니예가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되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하니예는 직전날 열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차 이란을 방문한 터였다. 이란과 하마스는 하니예의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강력한 보복을 시사했다.
이번 암살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전쟁 휴전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싱가포르 필립노바 증권사의 프리얀카 사치데브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이번 공격으로 "휴전의 희망이 사라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으로 레바논의 친이란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 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 사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헤즈볼라가 지난 27일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 축구장을 폭격해 어린이 12명이 사망한 데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차원이었다.
중동 군사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당분간 유가가 오름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래피단에너지그룹의 클레이 시겔 글로벌 원유서비스 디렉터는 "원유 트레이더들은 지금껏 중동 리스크를 가격에 잘못 반영해왔다"며 "이제 중동은 악화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이는 원유 트레이더들의 주의를 끌면서 브렌트유 가격에 상당한 위험 프리미엄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하니예의 암살이 유가에 계속 상승 동력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PVM어쏘시에이츠의 타마스 바르가 원유 분석가는 "하니예 암살 사건이 이란 영토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실제 원유 공급 중단의 위험이 커졌고 유가도 랠리를 펼쳤다"면서도 "군사적 갈등의 확대가 해당 지역의 물리적 산유량을 분명히 위협하지 않는 한 충격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더 크게 감소한 점도 유가에 상승 압력을 넣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26일로 끝난 일주일간 미국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343만배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문가 예상 감소치(110만배럴)의 3배를 웃도는 수치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 수요가 계속 둔화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로 구성된 OPEC플러스(OPEC+)의 감산 조치가 10월부터 일부 해제될 수 있다는 점은 유가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