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PIIE '대미 투자 늘어난 韓, 트럼프 재집권 시 보편관세 10% 예외 요구해야'

여한구 PIIE 선임연구위원 보고서
"반도체·광물·바이오 섹터별 협정 체결해야"
한미 상호방위조달협정(RDPA) 체결 필요성
"수입관세로 소득세 대체 불가…환율조정 예상"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한국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자 대미 투자 증가를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한 '보편관세 10%' 적용 예외를 요구해야 한다는 미국 싱크탱크의 제언이 나왔다. 중국과의 디리스킹(위험 제거) 과정에서 대미 투자가 늘고 이로 인해 대미 수출·무역흑자가 증가한 만큼 미국 측에 보편관세 부과 제외를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미 양국이 반도체·핵심광물·바이오 분야 등 산업 섹터별로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미 상호방위조달협정(RDPA) 체결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24일(현지시간)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불확실한 미국 통상 환경에서 한국의 통상정책 의제'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여한구 PIIE 선임연구위원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 출신인 앨런 울프 PIIE 연구위원이 저자로 참여했다.

여 선임위원은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 한국 입장에서는 보편관세 10% 부과 시 미국의 FTA 체결국 또는 한미 FTA 예외 여부가 가장 핵심적인 이슈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 보편관세 10%를 부과하면 상품무역적자 규모가 큰 국가들을 상대로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2기의 우선순위는 1기 때 매달렸던 한미 FTA 개정보다는 2025년 말 만기가 도래하는 세제 감면 연장 여부, 대중 정책, 2026년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검토 준비 등이 될 것으로 봤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주요 대미 통상 현안은 보편관세 10% 적용 예외를 인정받을지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승리 시 전 세계 모든 국가에 10%의 보편관세,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60% 이상의 초고율관세 부과 및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 철폐 등을 예고했다.

여 선임위원은 "한국은 무역, 공급망 구조 측면에서 중국으로부터 다변화하면서 대미 투자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증가한 대미 투자로 대미 수출과 무역흑자가 늘어났다는 점을 미국에 집중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갑작스러운 미국의 정책 변화로 이런 모멘텀이 중단될 경우 미국의 제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 중국으로부터의 다변화 가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한미 FTA는 보편관세 부과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강달러 시정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지난 1985년 미국이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과 각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춘 플라자 합의 2탄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여 선임위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대로 소득세를 감면하고 세수 감소분을 관세로 대체하는 건 이론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PIIE 분석 결과"라며 "관세만으로는 상품무역수지 적자 해소가 어렵기 때문에 환율 조정을 새로운 정책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행정부가 집권하든 국내 제조업 육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정책, 중국 견제, 공급망 회복 등은 '뉴 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민주당 집권 시에는 반도체지원법(CSA),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연장돼 불확실성은 줄어들 것으로 봤다.

여 선임위원은 또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로 선회하면서 포괄적인 시장 개방보다는 한미 양국이 주요 산업별로 협력하는 섹터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변화한 미 정치환경에서 한미 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종합적인 시장 개방을 포함한 자유무역협정이 재개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한미 간에는 반도체, 핵심광물, 바이오산업이 섹터별 협정 추진의 우선 분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미 RDPA도 신속히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RDPA 체결국에 대해서는 '바이 아메리칸(미국산 구매)' 조항 예외를 인정해 자국 기업처럼 대우한다.

여 선임위원은 "미국은 방위산업에 핵심적인 철강, 조선 경쟁력이 중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긴요한 방산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한국과 같은 우방국과의 방산 협력이 결국 미국의 산업기반 강화, 국가안보 강화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한미 RDPA의 조속한 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부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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