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민주당의 오랜 정치적 텃밭으로 여겨져 온 실리콘밸리가 바이든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니타 던 백악관 선임 고문은 지난주 바이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가상화폐 업계와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을 백악관 인근 호텔로 초청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가상화폐 채굴산업에 30%를 과세하거나 은행권의 가상화폐 수탁산업 진출을 가로막는 법안을 지지하는 등 업계의 '공공의 적'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이날 회동은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식통은 참석자들이 백악관에 공개적인 적대감을 드러냈고, 이에 던 선임 고문이 적잖이 당황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기술 산업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을 비판했으며, 이 가운데에는 미국의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미국프로농구(NBA)팀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 마크 큐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을 주최한 로 칸나 민주당 하원의원은 "던 선임 고문이 참석자들과 질의응답에 한 시간 이상을 할애했다"며 "대화를 계속하고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후속 조치 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던 선임 고문은 참석자들의 솔직한 의견에 감사를 표했다"며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커뮤니티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WP는 "기술 분야 엘리트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혁신에 방해되는 인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며 "토요일의 암살 시도 이후 수많은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향하고 있고, 이는 기술 업계의 분명한 정치적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의 대부분을 포함하는 산타클라라 카운티는 4년 전 대선 당시 바이든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73%)를 보낸 바 있다.
WP의 지적처럼 지난 13일 발생한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 사건을 기점으로 IT 업계 거물들은 줄줄이 트럼프 지지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트럼프 피격 사건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밸리 출신의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이 러닝메이트로 발탁되자 "승리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Resounds with victory)고 환영했다. 또 헤지펀드 거물 빌 애크먼을 비롯해 트럼프 지지 대열에 합류한 유명 인사들을 나열한 SNS 게시물을 태그하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명확하다(The choice is clear)"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확산하는 반면, 동종 업계 민주당 지지자들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분위기라고 WP는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실리콘밸리 임원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리는 섬에 갇혀 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2017년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대했던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 빅테크 리더들도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