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고령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또 코로나19에 걸렸다. 유세를 재개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모든 일정을 취소하면서 대선 캠페인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81세인 그의 건강 문제를 둘러싼 우려도 한층 불붙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학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출마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라틴계 커뮤니티인 우니도스US의 재닛 무루구이아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오후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이 단체가 주관한 행사에 불참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의 유세가 예정됐던 시간보다 무려 1시간30분 이상 늦어진 시점이었다. 그는 "방금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오늘 오후에 우리와 함께할 수 없어서 크게 낙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후 백악관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현재 가벼운 증세를 보인다고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은 2022년 치료를 마치고 음성 판정을 받은 후 사흘 만에 다시 양성반응이 나왔던 때를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이후 모든 캠페인을 중단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행사를 시작으로 유세를 재개했으나 이후 상태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된 것이라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특히 이번 확진 소식은 바이든 대통령을 둘러싼 고령 논란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가운데 공개돼 눈길을 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일 대선 레이스 강행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그가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문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날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애덤 시프 하원의원(캘리포니아)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공개 요구하는 행렬에 합류했다. 시프 의원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을지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그가 횃불을 넘겨야 할 때"라고 출마 포기를 촉구했다.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사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공개 요구한 것은 시프 의원이 처음이다.
현지 언론들은 피격 이후 잠시 잠잠해지는가 했던 사퇴 논란이 최근 민주당 지도부가 바이든 대통령을 조기에 대선 후보로 확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다시 불거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러드 허프먼, 수전 와일드, 마이크 퀴글리 등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전당대회 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연명 서한도 추진 중이다. ABC방송은 민주당 1인자인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역시 지난 주말 바이든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에서 '자진 사퇴가 더 큰 공헌'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은 피습에서 살아남은 이후 이번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대관식'을 치르고 있는 '경쟁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과 대비를 이룬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과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지난주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과 한층 대비될 것"이라며 이번 재확진 소식이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확진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며 "선거 캠페인도 당장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0%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65%, 무당층의 77%가 그의 사퇴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에게 만족한다고 답변한 비중은 37%에 불과했다.
민주당 안팎의 사퇴 요구를 일축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공개된 BET 뉴스 인터뷰에서 대선 완주 재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의학적 상황이 발생해 의사들이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면" 사퇴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현지에서는 해당 발언을 두고 그간 하차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온 바이든 대통령이 미묘한 입장 변화 의사를 내비친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미 CNN방송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델라웨어 자택으로 복귀하는 전용기 안에서 당내 사퇴 요구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그(바이든)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길 수 없다'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로 바뀌었다"면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사퇴 요구를) 경청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