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트렌드]치열한 미국의 시니어 산업⑥ 연속돌봄 은퇴주거(CCRC)

인생계획 커뮤니티(Life Plan Community after retirement)

요즘 미국 시니어 세대는 조용히 소파에서 TV를 보거나 뜨개질을 하며 노후를 보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일이나 봉사, 취미 생활을 통해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원한다. 목적이 있는 삶 혹은 모험이 가득하거나 배움이 있는 '퇴직 후'를 원한다. 또한 나이 듦에 따라 변화하는 건강 상태와 주변 환경을 고려해서 독립생활이 어려워졌을 때를 미리 대비한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돌봄이 가능한 은퇴 공동체를 활용하고 있다. 자신만의 공간과 생활을 원하면서도 필요한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고자 한다. ‘연속돌봄 은퇴주거(CCRCs: 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ies)’가 그중 하나다. CCRC는 시니어가 가진 자립 의지를 지원하면서도, 시니어 거주자의 노령화에 따라 지속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노화 과정에서 변화의 여러 단계를 거치더라도, 같은 장소에 머물기를 원하는(AIP: Ageing In Place) 노인들을 위한 장기 요양 방식이다.

‘연속돌봄 은퇴주거’는 미국에서 보편화된 주거 형태다. 액티브 시니어에서 출발해 노쇠한 노인이 되기까지 기간 동안 퇴직 후 평생 거주할 수 있고, 종합 레저시설과 의료시설을 제공하는 공동체다. 크게 독립생활, 보조생활, 간호 생활의 3단계로 나눈다. 각 단계별로 다양한 주거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노후 건강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더 자세하게 예를 들면, 시니어 거주자는 공동체 단지 내 아파트에 입주해서 홀로 혹은 부부가 ‘독립적’으로 생활을 시작한다. 일반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다. 이후 건강 상태가 나빠짐에 따라 같은 단지 내에 머물지만 일부 식사나 치매 예방 활동 도움을 받는 ‘생활 지원 서비스’로 전환한다. 또, 의료 서비스가 강화된 ‘전문 간호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동일한 건물 내에서 머물지만 층수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고, 옆 건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깝고 친숙한 곳이란 점은 변하지 않는다.

CCRC는 100년 이상 됐다. 유럽에서 노인들을 돌보고자 종교 단체와 제휴해 시작됐다. 1900년대까지 미국에는 7개의 CCRC가 있었고, 현재는 대략 2000개가 있다. 비영리 노인 주택 관리를 담당하는 국립투자센터(NIC)에 따르면, 노인의 필요사항과 변화에 따라 다양한 주택 및 보조서비스와 가격 유형이 있다고 한다. CCRC의 이점은 다른 시니어들과 함께 아름다운 동네에서 살 수 있단 점이다. 수영장 같은 운동시설 및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커뮤니티 내에 간병인과 지원 직원이 있다. 가장 큰 이점은 한 곳에서 다양한 진료, 서비스 및 활동을 제공해 주민들의 능력이나 건강 상태가 변화함에 따라 안정감과 친숙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우선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CCRC 계약 조건과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초기에 지불해야 하는 입회비는 평균적으로 3만달러에서 50만달러까지이고, 200만달러인 곳도 있다. 입주한 후에도 매월 유지 관리비와 서비스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가장 적은 서비스 선택부터 모든 서비스를 포함하는 것까지 보통 4가지 옵션 형태에 따라 비용이 결정된다. NIC에 따르면, 2021년 미국 2개의 지역 CCRC 평균 월 요금은 3555달러였고, 연간 약 2%씩 오른다. 다른 노인 주거 생활 옵션보다 비용이 높은 편이다. CCRC가 내부에 수영장, 최첨단 피트니스 센터나 골프장을 보유하다 보니, 위치한 곳들은 지역 명소나 편의 시설 근처가 아니다. 공동체 밖, 지역 사회에 참여하고 교류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국에서 유명한 CCRC 사례로는 플로리다에 위치한 세계 최대, 초대형인 '더 빌리지스(The Villages)'가 있다. 다양한 주거 옵션과 휴양 시설, 골프 코스와 쇼핑센터를 제공하며 활동적인 사람들이 주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퇴 연령이 아닌 사람도 가입할 수 있도록 은퇴 연령에 가까운 사람들을 위한 주거 서비스를 계속 확장해나가고 있다. 뉴욕에 위치한 '켄달 앳 이타카(Kendal at Ithaca)'도 있다. 거주자들이 웰빙하는 삶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시카고 시내 한복판에 있는 고층 건물에 자리한 '더 클레어(The Clare)'는 고급형이다. 단지 내 아름다운 피트니스 센터가 있고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진행한다.

한국에서도 논의가 활발한 ‘노년기 지역사회 계속 거주(AIP: Aging in Place)’는 시니어 복지의 지향점 중 하나다. 미국 CCRC 모델을 참고해, 우리만의 안전하고 건강한 노후 생활 설계가 다채로워지길 기대한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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