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내 첫 '가상자산 현물 ETF' 상장 추진‥걸림돌·파장은

가상자산 현물 ETF 상장, 금융당국의 규제특례 허가 필요
가상자산 현물 국내로 대규모 조달시, 자본유출 우려
등락폭 큰 가상자산 충격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고려해야

국내 한 금융플랫폼 기업이 부산시에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추진안을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주요사업으로 제안한 것이 알려지면서 실제 도입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현재 해외 주요 국가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 상장이 줄줄이 이뤄지면서 국내 도입 여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된 상황이다. 하지만 우선 풀어야 할 규제가 있는 데다, 가상자산의 자본시장 도입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풀어야 할 과제…금융당국 허가

현물 ETF는 주식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돼 투자자 접근성이 개선되고, 보안이나 거래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 및 중개가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 금지라는 기존 방침과 배치된다고 판단했다. 비트코인이 자본시장법 요건을 위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자본시장법 제4조 제10호는 기초자산을 규정하면서, 여기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리플과 같은 가상자산을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자산운용사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현물 ETF 상품을 발행, 상장, 중개 등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상자산 현물 ETF 상장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PVR그룹은 이 규제를 한정적, 한시적으로 우선 푸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우선 부산시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사업제안을 통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리플 4가지 가상자산을 증권의 기초자산으로 포함하고 증권 및 금융투자상품으로 정의해 ETF 발행, 상장, 거래행위가 가능하도록 실증 특례 허용을 금융위에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미국 금융당국도 우리 금융당국과 비슷한 이유로 현물 ETF 승인을 거부했지만, 소송과 법원의 명령을 거쳐 결국엔 상장이 허용됐다. 이미 가상자산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데다, 가상자산 선물 ETF는 허용되고 있는 것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논리에서다.

자본유출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숙고해야

가상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 확대 트렌드나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커지는 기대감과는 달리 가상자산 현물 ETF 상장 국내 도입을 두고선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의 우려가 깊다. 우선 가상자산 ETF 발행을 계기로 가상자산 현물이 해외에서 대규모로 조달될 때 자본유출이 우려된다. 또한 등락 폭이 큰 가상자산 시장의 충격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금융당국이 현물 ETF 허용을 머뭇거리는 이유 중 하나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현물 ETF 출시는 기초자산에 내재한 기존 리스크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의 팽창으로 비효율적 자원 배분, 가격 위험, 예금 변동성, 외부 요인에 대한 취약성 등 가상자산에 내재한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인식 왜곡, 금융 불안 경로 증가, 자본 유출, 정책 딜레마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혁신성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실제 유용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원배분 비효율성 증대, 금융시장의 가상자산 관련 위험에 대한 노출 확대, 금융안정 저해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 연계 상품 도입 시 가격이 내려갈 때는 금융시장의 유동성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금융시장과 규제당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려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런 우려에 대해 PVR그룹 측은 실증사업으로 거래 부작용을 우선 테스트해 보자는 입장이다. 실증사업 후 법제화라는 단계적 접근을 꾀하는 것이다.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의 실증사업 모니터링을 통해 거래가 본격화했을 때의 부작용이나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투자 접근성 향상과 분산투자, 규제에 따른 신뢰성 확보, 시장 활성화, 보안 및 관리의 용이성, 투자자 보호 등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국내 운용업계도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 기대감↑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 허용을 기대하고 있다. 가상자산 현물 ETF를 통해 인프라 선진화, 시장 접근성 개선, 신규 투자 기회 창출 효과 등을 노릴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미 국내에서 가상자산 투자가 활발한 만큼 ETF를 통한 거래를 제한할 명분도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약 1400만명이다. 업비트 가상자산거래소 회원은 약 1000만명으로 집계된다. 총 이용자 수는 442만명, 일간 활성 이용자 수는 253만명이다. 일 최대 거래액은 약 14조원, 2023년 기준 일평균 거래액은 5조원 규모다.

영국과 같이 제한적, 단계적 도입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가상자산 거래가 장기간 이뤄지면서 데이터가 축적됐다고 판단,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하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5월 말 런던증권거래소에 기관투자가 대상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가 상장됐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주요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도입한 데 따른 긍정적인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평가한 뒤 현물 ETF 도입 여부를 검토하기를 바란다"며 "현물 ETF를 도입했을 때 자산운용업계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 해외 국가 속속 늘어

한편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승인한 국가는 늘고 있다. 2021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올해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승인했다. 이 밖에 영국과 홍콩, 독일, 브라질도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뿐만 아니라 이더리움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 거래도 곧 승인할 분위기다. SEC는 지난 5월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를 위한 거래소 상장 규정 개정을 승인했다.

가상자산 현물 ETF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에 전문 투자사가 약 15조원, 개인투자자가 약 65조원 규모를 투자했다. 약 80조원 규모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더리움 현물 ETF 허용으로 자금 순유입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은행 스탠다드차타드 등은 가상자산 솔라나와 리플이 ETF 상장, 거래가 허용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증권자본시장부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증권자본시장부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증권자본시장부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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