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돌풍' 또 확인된 佛총선 1차 투표…사상 첫 극우 총리 나올까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이 1위를 기록했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깜짝 조기 총선 카드를 통해 극우 득세를 막고자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도박이 결국 ‘악수’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RN은 이 기세를 몰아 2차 투표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 사상 최초로 극우 총리까지 배출한다는 각오다. 과반 확보와 관계없이 프랑스 정계에 대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진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르투케의 한 투표소에서 총선 1차 투표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변 없었다" 1차 출구조사서 RN 1위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치러진 1차 투표에서 RN은 33.5%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어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은 28.1%,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여당 르네상스측 앙상블은 20.7%로 예상됐다. BFM TV가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RN은 33%의 득표율로 NFP(28.5%), 앙상블(22%)을 훨씬 앞서 사실상 제1당을 예약했다.

현지에서는 기존 여론조사와 비슷한 결과에 "이변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RN은 앞서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여당 르네상스(14.6%)를 두 배가량 웃도는 득표율(31.5%)로 극우 돌풍을 확인시켰다. 특히 이날 1차 투표율은 유럽의회 선거 직후 갑작스러운 조기 총선 발표, 마크롱 행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 사상 첫 극우 다수당이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뒤섞이면서 최근 10년새 가장 높은 67%(잠정치)에 달했다.

다만 RN이 의회에서 단독 과반을 차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ELABE는 이날 BFM TV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해 RN이 255∼295석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NFP는 120~140석, 앙상블은 90~12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프랑스 하원 의석은 577석으로 과반 확보를 위해서는 289석 이상이 필요하다.

총선 결과 브리핑 하는 마린 르펜 의원.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국민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투표"라고 환영하면서도 "아직 승리는 아니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를 총리로 임명할 수 있도록 (2차 결선 투표에서) 절대 다수로 만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2차 투표에서 RN에 맞서 광범위하고 분명한 민주적·공화적 결집이 필요한 때"라고 호소했다. 좌파연합 NFP에 속한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RN에 맞설 최선의 선택은 NFP"라고 강조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오는 7월7일 치러지는 2차 투표는 1차 투표에서 등록 유권자 수의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들 또는 상위 득표자 2명이 맞붙게 되며,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이에 따라 각 정당은 48시간 내 2차 투표 후보 명단을 확정해야 한다. 주요 외신들은 극우 RN의 집권을 막기 위해 이제 좌파연합과 중도연합 간 치열한 교섭이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NFP 소속 4개당 대표는 3자 대결이 벌어지는 지역구에서 3위 정당 후보의 사퇴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밝힌 상태다.

마크롱 도박 실패 평가 잇따라

이날 1차 투표 결과를 두고 주요 외신과 분석가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도박 실패" "역효과"라는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극우 득세를 우려하는 온건파를 끌어들여 판을 뒤집고자 했던 승부수가 오히려 RN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됐다는 진단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대통령의 도박은 크게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한 의원은 현재 250석 규모인 르네상스측 앙상블 연합이 최대 120석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에 대해 "완전한 재앙"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파리발 기사에서 "유권자들이 마크롱 대통령을 처벌하고 극우세력을 격려했다"고 전했다.

RN이 최종적으로 의석 과반을 확보할 경우 프랑스에서는 1972년 극우 정당 탄생 이후 처음으로 극우 총리가 나오게 된다. 그간 바르델라 대표는 단독 과반을 확보했을 때만 총리를 맡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대통령과 총리가 소속 정당이 다른 이른바 ‘동거(cohabitation) 정부’가 역대 네 번째로 출범하며 마크롱 대통령의 입지 또한 한층 좁아질 전망이다. 마크롱표 개혁이 축소되는 것은 물론 친유럽·친기업 의제 역시 RN이 주장하는 유럽회의론·반이민·포퓰리즘 정책으로 대체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RN이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될 가능성도 크다. 다만 이 또한 결국 프랑스 정치의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정치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은 "화해할 수 없을 정도의 의회 교착과 혼란을 겪을 것"이라며 "이는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에 나쁜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주재 프랑스 대사 출신인 제라드 아로드는 "프랑스의 위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현재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 등에서는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극우 세력의 집권에 반발하는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국제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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