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경북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구조 혁신이 중요하다"며 "8000억원 규모의 동해안 '수소경제 산업벨트' 조성 사업을 지원해 경북을 '수소산업의 허브'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또 3조4000억원 규모의 영일만 횡단 고속도로 건설과 성주~대구 간 고속도로 건설에 속도를 내서 경북과 전국을 '2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북 경산에 위치한 영남대학교에서 '동북아 첨단 제조혁신허브, 경북'을 주제로 26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3월 충북 민생토론회 이후 3개월 만에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개최됐다.
먼저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경북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지역이라 할 수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를 근본부터 크게 바꿔놓은 새마을운동의 발상지가 여기서 멀지 않은 청도군 신도리 마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경남지역 수해 현장으로 기차를 타고 가던 박 전 대통령이 창밖 풍경을 보고 놀라서 달리던 기차를 세우고 찾은 곳이 신도리 마을"이라며 "수해로 좌절하고 있을 때 수해 복구는 물론 이참에 길을 내고 지붕을 개량해서 마을을 좋게 만들자 하던 마을의 모습에 감명받은 박 대통령이 1970년 4월 신도리 마을을 모델로 해서 새마을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이 스스로 경쟁력 있는 분야를 발굴해서 발전 모델을 마련하면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우리 정부 지방시대의 요체"라고 언급한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지방시대 정책은 새마을운동 정신과 상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 포항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와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소배관망 건설'이 필수"라며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를 마중물로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전산업 성장 펀드' 조성과 기술개발, 시제품 제작 등 인프라 확충을 통해 경주에 3000억원 규모의 '소형모듈원자로(SMR)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지원하고, 신한울 3·4호기를 차질 없이 건설해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과 신산업화에 경북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된 구미산단은 반도체 소재부품의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고, 이를 위해 2026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설계 검증을 위한 '연구개발(R&D) 실증센터'도 만들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또 "1500억원을 투입해 경산에 '스타트업 파크'와 포항에 '첨단제조 인큐베이팅센터' 등을 구축하고 300억원 규모의 지역혁신 벤처펀드를 만들어 자금 조달도 지원하는 등 경북을 '스타트업 코리아'의 주역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경북을 스마트팜의 거점으로 키우고 '혁신농업타운' 성공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한편 2500억원 규모의 농림부 첨단 스마트팜 지원 예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소개했다.
이날 한 참석자가 농촌 복지와 함께 농촌 혁신 사례 확산을 건의하자 윤 대통령은 "농촌을 개혁하고 농지법도 손봐야 한다"면서 "자칫하면 경자유전(소작 금지 원칙)이라는 대원칙, 헌법상의 대원칙이 농업 생산성을 올리는 제도 변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농림식품부는 제도 개혁에 대해 많은 성찰을 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경북의 낙후된 교통인프라도 대폭 확충한다. 윤 대통령은 "3조4000억원 규모의 영일만 횡단 고속도로 건설을 빠르게 추진하고, 성주~대구 간 고속도로 건설도 더욱 속도를 내서 경북과 전국을 '2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겠다"면서 "만성 정체 구간인 국도 7호선 경주~울산 구간을 4차로에서 6차로까지 확장하는 계획도 확실히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경북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관광인프라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윤 대통령은 "포항 호미곶에 1300억원 규모의 국가해양생태공원을 조성하고 포항·영덕·울진 등 동해안 지역에 호텔과 리조트를 건설하는 '동해안 휴양 벨트' 조성 사업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200억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포항에 '환동해 호국역사문화관'을 건립하고, 경북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높이고 다문화 가정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교육원' 건립도 추진할 방침이다. 경북·대구 통합 관련 윤 대통령은 "경북·대구 통합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되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윤 대통령에게 안동대와 포스텍에 의과대학 신설을 건의했다. 이 지사는 "의료대란 때문에 생각한 것인데 의료는 공공의료로 가야 한다"며 "도립의료원 3곳과 군립의료원 3곳이 있는데 여기에 산부인과 내과·소아청소년과를 확충해서, 모든 국민이 의료시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국가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공공의료원을 만들어야 하므로 여기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안동대에 의과대학, 포스텍에 연구 중심 의과대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미국 조지아 주지사 등이 직접 자신을 찾아온 사례를 들며 "지방정부가 해외에 나가 기업 유치 등 치열하게 경쟁하려면 지방에 재원과 권한을 많이 줘야 하고 지역에 대한 접근성도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눠 내는 게 목표"라며 "법인세와 소득세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반반씩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얼마나 빨리 달성될지는 모르겠다"고 단서를 단 뒤 "중앙정부 차원의 국가사업이 있다면 그것대로 밀어주더라도, 중앙과 지방이 각자의 책임하에 치열하게 싸워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지역 주민을 비롯해 경북 지역의 원전, 수소 등 에너지 신산업 관련 기업인과 스타트업 기업인, 학부모, 경북 지방시대위원회 위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우동기 지방시대 위원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성태윤 정책실장,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등이 함께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 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록물 등이 전시된 영남대학교 역사관을 찾고, 박 전 대통령의 발자취를 살펴봤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