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F-35 앞에서 '비나이다'…제사에 진심인 일본

日 F-35 '제사' 사진 화제
안전 기원하는 의미 담아

30일 엑스(X)를 비롯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35 앞에 일본 신관이 제사를 지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백색 의복을 입은 신관 뒤로는 일본 자위대 및 정부 관계자들이 나란히 서 있다.

전투기에 축복을 내리는 일본 신관. [이미지출처=엑스(X), 록히드마틴 홈페이지 등 캡처]

사진을 접한 국내외 누리꾼들은 "일본에서만 볼 수 있을 법한 광경이다", "기계에도 제사를 지내는구나" 등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일본의 '기계 제사' 전통은 어디서 온 걸까.

전투기, 노트북, 반도체에도 제사 지내는 일본

해당 사진은 지난 2017년 촬영된 것으로, 일본의 중공업 기업 '미쓰비시'의 나고야 공장에서 출고된 F-35 앞에서 진행된 행사였다. 미국, 일본 정부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첫 F-35 롤아웃(Rollout)이 진행됐고, 신관의 제사도 행사 과정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은 민속신앙인 '신토'가 발달했다. 신을 모시는 신사가 지역 곳곳, 심지어 대도시에도 버젓이 자리 잡았다. 신관들은 이런 신사에서 거주하며 각종 무속 의식을 담당하기도 한다.

전자기기를 축복하는 신사 [이미지출처=더 레지스터 캡처]

일본에선 대형 공사나 공장의 개장을 앞두고 제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대부분은 간단한 의식 수준으로 진행되며, 향후 작업 중 사상자가 나오지 않도록 '기원'하는 의미를 담는다고 한다. 전투기도 마찬가지다. 위험한 훈련, 작전 중 파일럿의 안전을 비는 것이다.

'안전동작'이라는 부적을 새긴 일본의 전자기기 기판. [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런 종류의 기원은 일반적인 전자기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과거 해외 IT 매체 '더 레지스터'는 IT 엔지니어들의 휴대폰, 노트북 등에 일일이 축복을 내리는 일본 신사를 조명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서 제조되는 전자기기 중 일부는 기판에 '부적' 그림을 새겨넣기도 한다.

행운 비는 의미 담은 미신, 세계 곳곳에도 여전히 남아 있어

혹자는 이런 행사를 단순한 미신으로 깎아내릴 수 있겠지만, 위험한 일을 수행하는 기계 장치에 축복을 비는 행위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과거의 미신이 제사, 의식으로 발달하는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도 흔하다. 술병을 뱃머리에 깨는 영국의 취역 행사 모습.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일례로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선 군함이 정식으로 취역하기 전 성대한 행사를 베푼다. 이 행사에선 왕실이나 정부의 주요 인사가 나와 샴페인, 와인 등 주류를 뱃머리에 깨는 의식을 진행하는데, 이런 의식 또한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미신에 근거한 것이다.

15세기 영국에선 배가 출항하기 전 국왕의 대리인이 포도주 한 잔을 마신 뒤, 다음 잔을 갑판에 뿌리고 나머지 병은 배 밖으로 던지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 관습은 훗날 술이 담긴 병을 뱃머리에 깨는 의식으로 발전했는데, 이때 병이 깨져 술이 흘러내리면 순탄한 항해가 지속되지만 만일 깨지지 않았다면 선원들이 저주를 받는다는 미신이 자리 잡았다.

이슈&트렌드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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