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의사들에게 '생활고 호소' 600만원 받아낸 전공의, 돌연 사과 왜?

생활고 호소해 선배 의사에게 600만원 갈취
논란 커지자 사과문 게재…"사칭 죄송하다"
피해 본 일부 의사들, 경찰에 고발하기도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사직한 지 3개월여가 지난 가운데 부산 지역의 한 사직 전공의가 생활고를 호소하며 선배 의사들에게 600만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받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를 본 선배 의사 일부는 경찰 고발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29일 의사 면허 인증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는 의사 커뮤니티에는 지난 2월까지 부산 지역 모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4년 차 전공의로 근무했던 A씨가 사과문을 게재했다. A씨는 이달 초부터 커뮤니티를 통해 선배 의사들에게 생활고를 호소하며 후원금을 요청했다.

A씨는 본인이 재직했던 병원과 전공과가 아닌 전문의들에게 같은 병원, 같은 과 후배인 것처럼 자신을 소개했다. 응급의학과 의사에게는 자신이 응급의학과 전공의라고 소개했고, 내과 의사에게는 자신이 내과 전공의인 것처럼 속였다. 이러한 수법으로 A씨는 선배 의사들에게 적게는 10만~2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씩 후원금을 받았으며 총 605만원을 챙겼다.

하지만 이후 A씨를 수상하게 여긴 한 의사가 같은 커뮤니티에 의혹을 제기한 글을 올리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A씨는 사과문을 게재하며 "후원금 605만원 중 215만원을 당사자들에게 돌려줬다"고 사과했다. 이어 "나머지 금액 등은 후원자가 특정되지 않아 찾고 있다"며 "후원자가 반환을 거부한 금액에 대해서는 의사협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단순히 같은 과 전공이라고 하면 전문의(선배 의사)가 후원해줄 것 같아 사칭하게 됐다"며 "피해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향후 수사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피해를 본 일부 의사들은 경찰 고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인증을 마친 누리꾼들은 "신원이 특정됐는데 간도 크다" "호의를 나쁘게 받아들이네" "꼭 빨간 줄 그어지길" "의사 면허 박탈해야 한다" "겨우 600이 궁해서 범죄를 저지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득이 끊긴 사직 전공의들의 생활고 호소가 늘어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 27일 밝힌 내용에 따르면 전공의 생계지원사업에 2900여명이 신청서를 냈으며 의협은 본인 확인과 신청서 검토 과정을 거쳐 이 가운데 약 280명에게 100만원씩 지급했다고 전했다. 선배 의사와 전공의를 일대일로 연결해 무이자나 낮은 금리로 매달 25만원씩 빌려주는 사업에는 전공의 390명 정도가 지원했다.

이슈&트렌드팀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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