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선기자
연간 구독료를 내고 온라인 교육프로그램 클래스101을 이용하던 송태윤씨(38)는 구독 해지를 결심했다.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지금 해지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할인 쿠폰을 받게 됐다. 뜻밖의 할인 쿠폰에 구독을 이을까 고민했지만, 결국 해지를 택했다. 하지만 그날부터 할인 쿠폰이 며칠에 한 번씩 메신저를 통해 날라오고 있다. 송씨는 "20만원 넘는 금액으로 몇 년을 구독했는데 막상 해지하고 나니 쿠폰을 주더라. 자동 연장이 아니라 해지 후 신규로 다시 등록했으면 오히려 저렴하지 않았을까 후회했다"고 말했다.
3개월과 1년 계약 금액을 계산해보면 장기로 구독하는 것이 저렴하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클래스101 경우 비용이 1년 구독 24만9000원(17% 할인), 3년 구독 59만9000원(33% 할인)이며, 음악 스트리밍 앱 플로(FLO)는 한 달 8000원, 1년은 8만1600원(15% 할인)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서비스 웨이브도 한 달 1만900원, 1년은 10만9000원(16% 할인)이다. 이처럼 이용금액이 저렴해지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소비자들은 '장기 이용권'에 손을 내민다.
하지만 장기 이용이 항상 저렴한 것은 아니다. 장기 이용하다가 해지 의사를 밝혔을 때 날아오는 쿠폰이 '더 큰 혜택'을 물고 오기에 그렇다.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해지 고객을 잡으려 하기 때문이다.
24만9000원이던 클래스101 연간 구독권은 해지 신청 시 받은 40% 할인 쿠폰을 적용할 경우 17만9000원이 된다. 1+1 타임특가, 몰래 받는 할인 등 다양한 형태로 쿠폰이 쏟아진다. 자동 결제 시스템으로 장기 구독을 한 소비자는 접할 수 없는 혜택 소식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도 해지 신청 시 '2개월 무료 혜택받고 유지하기' 쿠폰을 받을 수 있다. 2개월간 월회비 없이 종래에 받았던 로켓상품 무료배송, 쿠팡플레이 시청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다. 디자인 플랫폼 미리캔버스도 해지를 신청하면 추가 할인쿠폰이 등장한다. 3개월 동안 33%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인데, 한 달 기준 1만4900원이던 이용료를 9900원에 받아볼 수 있다.''
OTT 서비스 웨이브는 해지를 원하는 고객이 해지를 보류할 경우 1만 코인을 지급한다. 1만 코인은 지급일 기준 32일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코인에 사용 범위 제한을 뒀다. 또 서비스 이용 기간 등 개개인의 조건에 따라 혜택의 금액이나 기간을 다르게 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구독 서비스 사업을 하는 기업 중에 장기 고객이 떠나려고 할 때 할인 쿠폰을 뿌리는 경우가 많다"며 "중독소비를 만들어 놓고 해지를 어렵게 하는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지 신청 시 할인쿠폰을 주는 것보다 소비자가 떠나려는 결심을 하지 않도록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며 "소비자 중심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