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중국산 전기차 재고가 쌓이며 유럽 주요 항구가 '주차장'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자동차 판매 둔화와 화물 운송 적체로 유럽 주요 항구가 '주차장'이 되고 있다며 중국산 전기차 재고가 이 같은 상황의 원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FT는 향후 배송 일정도 없는데도 항구 차량 터미널에 자리를 예약하는 중국 회사도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업체들은 10만위안(1855만원) 이하의 전기차를 속속 내놨다. 지난 2월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우링모터스 등 3개 회사가 합작한 상하이지엠우링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 세단의 가격을 10만5800위안에서 9만9800위안으로 내린다고 발표했다.
가격 하락의 배경으로는 예상보다 빠르게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되고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전기차 업계가 본격적인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인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로 매년 100% 이상 성장하던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37.5% 성장하는 데 그쳤고, 올해는 2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물동량이 많은 독일 브레머하펜항의 차량 터미널 운영업체 BLG 로지스틱 역시 최근 자동차가 항구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업계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중국 업체들이 기대만큼 빠르게 유럽 시장에서 자동차를 팔지 못한 것이 병목 현상의 주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중국 전기차는 18개월간 항구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동차 물류 전문가는 "상당수 차량이 유통업체, 심지어는 최종 소비자에게 팔릴 때까지 유럽 항구에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측은 "유럽 시장 내륙 운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는 불리할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게릴라전식 차량 수출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비야디(BYD·比亞迪)나 치루이(체리·奇瑞), 상하이차 등 중국 자동차 업체는 유럽 전기차 판매 확대 계획을 세우고 중국 내 공장을 계속 돌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순수전기차 52만대를 판매해, 미국 테슬라(48만대)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회사가 된 비야디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가격 전쟁’을 선도하며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