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종기자
서소정기자
정부가 인공지능(AI) 세계 3위 도약을 위해 ‘AI-반도체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연구개발(R&D)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경량 AI와 저전력 반도체 개발에 과감한 지원책을 펼쳐 글로벌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국내 투자 인센티브를 전면 재검토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AI위원회도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반도체 현안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AI-반도체 이니셔티브의 전략 방향을 직접 제시했다. AI-반도체 이니셔티브는 AI 반도체와 AI 모델,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를 유기적으로 연계·협력해 글로벌 AI 3위로 도약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모두 9개 기술 혁신에 국가 R&D 역량을 집중 투입하고 지원 규모도 확대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AI 반도체 분야에 2027년까지 9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AI 반도체 혁신 기업 성장을 돕는 1조4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AI 반도체 9대 기술혁신에 국가 R&D 역량을 집중 투입해 투자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인재 양성 및 혁신 인프라, 글로벌 협력·진출, AI 윤리 규범 선도 등 AI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음달 열리는 ‘AI 서울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AI 윤리 규범에서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반도체 보조금 지급 가능성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경쟁은 ‘산업전쟁’이자 ‘국가 총력전’"이라며 "전시 상황에 맞먹는 수준의 총력 대응 체계를 갖추기 위해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한 투자 인센티브부터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일본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대규모 지원에 나선 가운데 우리나라도 국내 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책을 펼쳐 글로벌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하는 2030년에는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민관 협력이 중요한 만큼 향후 국가AI위원회를 신설해 AI 국가전략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이날 정부는 총 622조원 규모가 투자되는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후속 조치들도 논의했다. 삼성전자가 2047년까지 360조원을 투자할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는 환경영향평가 사전컨설팅 제도 활용, 신속한 토지보상 등을 통해 당초 계획보다 조성 기간을 대폭 단축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2045년까지 122조원을 투자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기존에 확보한 용수 27만t에 더해 유사한 수준의 추가 용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기업·지방자치단체의 용수 공급시설 설치계획이 수립되는 대로 신속하게 용수 공급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첨단산업법을 개정해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설치에 협조하는 지자체에 재정적 지원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말 일몰되는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의 적용기한 연장도 추진한다.
현장 맞춤형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반도체 특성화대학·대학원은 각각 10개, 3개를 추가로 선정하며 반도체 아카데미 교육 인력도 지난해 520명에서 올해 80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주변에 이동 공공주택 지구를 구축하고 반도체 고속도로(화성~용인~안성·45㎞) 건설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해외 우수 전문인력 국내 유치를 위해 출입국·거주·정착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토론에서 반도체 분야 주요 기업, 관계 부처 장관 등 참석자들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반도체 클러스터, AI 반도체 등을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민간에서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박춘섭 경제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이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0년간 메모리 반도체로 세계를 제패했듯이 앞으로 30년은 AI 반도체로 새로운 반도체 신화를 써나갈 것"이라며 "AI 기술에서 글로벌 3위(G3)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주요국의 투자 환경과 지원제도를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과감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