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OW] 개·고양이에 쓰는 세금은 아까운 돈일까

개정 동물보호법이 작년부터 시행됐다. 1991년 이 법이 제정된 후 31년 만의 변화였다. 1인당 국민소득 7000달러 수준일 때 만든 법을 3만달러 시대까지 그대로 붙들고 있었다. 그 사이 동물을 보는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나 동물복지에 대한 개념은 달라졌다. 50개 남짓이던 법 조항은 두 배로 늘었다.

20여년 전에는 구청 공무원 한 명이 반려동물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지금 웬만한 구청에는 5~6명 규모의 반려동물 관련 팀이 있다. 그 정도로 일이 늘었다. 관공서 동물 민원 중에는 개·고양이 소음 피해 민원이 가장 많다. 똥 치워달라는 민원도 못지않다. 개 물림 사고나 동물 유기와 관련한 연락도 많이 온다.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해 달라는 요구와 내 집 앞 급식소를 치우라는 연락이 동시에 온다. 개 놀이터가 없으면 없다고, 만들면 거기다 왜 만들었냐면서 전화벨이 울린다.

반려동물 업무는 한쪽에선 찬성, 다른 쪽에선 반대하기 때문에 잘해도 본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좋은 소리 듣기도, 조화를 이루기도 어렵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해마다 동물복지시행계획을 세워 집행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는 각 지자체 상황에 맞는 계획을 실행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니 관련 사회적 문제 예방과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도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반려동물 시민학교 교육 인원을 작년보다 1.5배 늘렸다. 과도하게 짖거나 높은 공격성, 분리불안 등을 가진 반려견과 그 보호자를 교육하는 반려동물 행동교정 교육은 인기가 많다. 반려견 운동프로그램인 독(dog)피트니스나 영양간식 만들기, 아로마 마사지 등 체험교육 프로그램까지 있다.

구청에서는 강아지 사회화 예정교육이나 반려견 산책훈련 등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반려문화축제를 만들고, 개 놀이터와 공원을 앞다퉈 조성하고 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는 기초 건강검진, 예방접종, 질병 치료비, 중성화 수술비 등 반려동물 의료비를 지원해준다. 명절에는 반려견 돌봄쉼터, 펫 호텔도 운영한다. 이용료는 무료에 가깝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확대와 지원은 동물보호와 복지 측면에서 호응이 높다. 늘어나는 반려동물로 인한 사회적 문제 해결이 비반려인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도 이유다. 건강한 반려동물은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에서 정서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에서 개나 고양이는 더 이상 동물이 아니라 가족구성원이다. 더 넓게는 인간과 동물과의 공존 문제로 보기도 한다.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생존을 위협받는 사람들이 여전한 마당에 세금을 사용하는 우선순위가 적절한가에 대한 비판이다. 수입 목재로 만든 수백만원짜리 개집에 살고 구찌 펫 코트, 프라다 반려견용 우비를 걸치고 에르메스 반려견 밥그릇을 쓰는 반려동물, 반려인들에게까지 세금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건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반려동물 보유세, 반려동물에 대한 과세 여론이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이유 중 하나도 수익자 부담 원칙에 기반한다. 반려동물 지원을 위한 지자체의 관여가 늘수록 비용은 꾸준히 증가한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갈등도 줄어든다.

지자체팀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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