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윤기자
"사실 내 노래를 내 귀로 듣는 게 익숙하기보단 창피하다. 하지만 노래는 개인적 감정이 들어가지 않으면 진실하지 않은 느낌이다. 내 마음을 수필처럼 읽어내고, 표현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정구호(유은호) [임형규 제공]
패션 디자이너이자 공연 연출가, 예술 감독으로 활약한 정구호(59)가 신인가수로 데뷔했다. 2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데뷔곡 ‘눈부시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아직 제 노래를 제 귀로 듣는 게 익숙하진 않다"며 가수 데뷔 소감을 밝혔다. 그의 예명은 '유은호'다.
1997년 패션 브랜드 ‘KUHO’로 이름을 알린 그는 2012년 국립무용단의 '단'을 연출하며 공연계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가 연출한 '묵향'(2013), '향연'(2015) 등의 작품에는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그의 감각이 그대로 녹아 있다. 최근에도 전통적인 느낌에 현대적 색채를 더한 '산조'(2021), '일무'(2022) 등 작품을 연출하며 호평을 받았다.
미술계에서도 예술감독으로 활약한 그는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리움·호암 미술관 리뉴얼 총괄, 공예트렌드페어 총감독을 맡는 등 화려한 이력을 쌓아왔다.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내려놓고, 새로운 이름으로 가수로 도전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노래방 모임이 시작이었다. '눈부시다' 작곡가인 도토리M(양유정), 그리고 친한 친구 몇 사람이 노래방 동무인데, 거기서 열심히 노래 부르다가 내가 노래하고 싶단 얘기를 듣고 다들 나서줘서 데뷔까지 이어졌다."
유년 시절 하루 3~4시간 노래를 들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다는 그는 부친의 반대로 미술을 전공했지만, 늘 음악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이번 앨범 또한 쉽게 준비하지 않았다. "나이도 있고, 버킷 리스트로 정말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생각으로 보컬 레슨도 받으면서 준비했다"고 그는 말했다.
'눈부시다' 커버 [유은호 제공]
데뷔곡 ‘눈부시다’는 추억을 회상하는 아련한 발라드곡이다. 프로듀서 올블랙, 기타리스트 함춘호, 피아니스트 엄태환이 참여해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선율을 완성했다.
정 씨는 "(처음 가이드를 들었을 때) 마음이 저릿할 정도로 내 이야기 같은 노래여서 감동이 있었다"며 "내 나이 또래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곡을 부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그의 바람처럼 '눈부시다' 가사는 “우리 함께이던 시절 그 아로새긴 추억들은 마음에 살아” “힘겨워한 날의 겨울도 지나 보니 모두 눈부시다” 등 그동안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쓸쓸해 하는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는 신인 가수로서 자신의 목표로 미니 콘서트를 꼽았다. "음원을 발표하려 했던 큰 이유 중 하나가 미니 콘서트를 하고 싶어서였는데, 노래를 알린다기보다는 주변인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이 내가 변신한다고 생각하시는데 나는 내 모습 그대로 가고 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사실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같은 거고 그중 노래가 가장 개인적인 거다. 이 세상 떠나기 전까진 철없는 도전을 계속할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