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차량 인도량이 1년 전보다 9%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4년 만의 역성장이다. 전기차 혁신의 상징이었던 테슬라가 시장 지배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평가다.
2일(현지시간) 테슬라는 올해 1~3월 차량을 38만6810대 인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인도량(42만2875대) 대비 8.5% 줄어든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45만7000대)도 크게 하회했다.
테슬라의 차량 인도량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2020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차량 생산량은 43만3371대로 1년 전(44만808대)보다 1.7% 줄었다.
테슬라는 "판매량 감소는 '모델3' 차량 업데이트로 캘리포니아주 프레몬트 공장의 초기 생산 가동이 중단되면서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에 따른 부품 공급 차질, 화재로 인한 독일 공장 가동 중단도 차량 인도량 감소에 영향을 줬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전반적인 부진 또한 테슬라 차량 인도량 감소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1~2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모델3와 모델Y 생산량을 줄였고, 근로자의 근무 시간을 주당 6.5일에서 5일로 단축했다. 테슬라의 전기차 할인 정책도 판매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각종 부적절한 언행으로 도마 위에 오르며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전기차 경쟁사의 차량 판매는 증가하고 있어 역성장한 테슬라와 비교된다. 중국 BYD는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이 3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고 밝혔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32만4000대 판매해 1년 전보다 15% 증가했다.
월가도 테슬라의 성장세에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웰스파고의 콜린 랭건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완만해졌다며 올해 테슬라의 판매량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고, 내년에는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분석가는 최근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목표주가를 315달러에서 300달러로 하향했다.
이에 테슬라 주가 또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1분기에만 29%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1분기 차량 인도량 감소 소식에 4.9% 하락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테슬라는 효과적으로 창출한 시장 지배력을 상실하고 있고 머스크 CEO의 리더십에도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시장은 테슬라를 선호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