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율기자
<i>"안녕하세요, 저는 존 리입니다"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가 ‘무료 주식 교류 학습 그룹’을 만들겠다며 영상에 등장한다. 그러면서 "언제든지 카카오톡을 통해 연락하라"며 카카오톡 메신저로 ‘33’ 숫자를 보내라는 광고문구가 뜬다. 이는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가짜 영상이다.</i>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 광고 피싱에 이용된 김미경 강사, 존리 전 대표 등 유명인들이 범죄의 실태를 알리는 공동행동에 나섰다. 딥페이크 영상을 시작으로 신뢰를 쌓아 피싱 조직이 만든 투자 앱에 현금을 예치하는 수법의 사기가 유행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해결을 위한 모임(이하 유사모)’은 2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유명인 사칭 피싱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유사모는 김미경 강사, 김영익 서강대 교수, 유튜버 도티, 개그우먼 송은이,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방송인 황현희 등이 주축이 돼 결성한 단체다. 유사모의 성명서에는 유재석, 김남길, 백지영 등 132명의 유명인이 참여했다.
유사모는 유명인 사칭 사기 범죄 중에서도 특히 유튜브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플랫폼 광고를 악용해 일어나고 있는 범죄의 피해 실태를 알릴 예정이다. 수법은 예컨대 이런 식이다. 김미경 강사가 투자를 권유하는 영상의 상세설명에 안내 페이지가 따로 등장하고 인적 사항을 입력하면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으로부터 '김미경 강사의 비서 내지 지인'이라며 개별 메시지가 온다. 이후 네이버밴드 등 커뮤니티에 초청한 후 지속적으로 재테크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이렇게 신뢰를 쌓은 후엔 피싱 조직이 만든 투자 앱에 가입하게 한 이후 돈을 충전하게 한다.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사칭한 딥페이크 영상/사진=유튜브 캡처
유명인을 사칭한 사기 피해가 큰 것은 딥페이크와 플랫폼의 규제 사각지대가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존 리 전 대표의 딥페이크 피싱 영상을 보면 입이 지나치게 많이 움직이고 목소리와 입 모양이 맞지 않는 등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버젓이 광고되면서 이용자들이 쉽게 현혹되는 것이다.
유사모 측은 "퀄리티가 낮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유튜브 광고로 영상이 나오니까 이용자들이 혼란스러워한다"며 "플랫폼에서 사전에 이를 필터링해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사모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평균 1.5억~3억원의 피해를 봤으며 8억원을 잃은 경우도 있다. 고문변호사인 법무법인 대건 한상준 변호사는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피해 액수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 광고는 현재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시간당 광고를 몇 번 해야 하고, 내용이 어때야 하는지 등 현재 인터넷상 광고 규제 정책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자체 필터링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는 "허위 정보가 플랫폼을 통해 유통·확산되는 것은 문제"라며 "심각한 사례를 유형화해서 사업자가 선제적으로 확산을 억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곽 교수는 "광고의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경제적 이익을 취한다는 점에서 더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