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부산에서 혼자 사는 70대 어르신이 2년 전 지원받은 의료비 70만원을 전액 그대로 지자체에 기부했다.
18일 부산 동구청은 최근 70대 어르신이 복지정책과에 찾아와 현금 70만원이 들어 있는 하얀 봉투를 건넸다고 전했다. 이 어르신은 직원에게 "2022년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수술받아야 했는데 돈이 없어서 구청을 찾았다"며 "당시 구청에서 긴급 생계비를 지원받아 수술비를 마련했고 이후 꼭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덧붙인 다음 자리를 떴다.
지자체는 질병 등 이유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저소득층에 대해 의료·주거비 등을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긴급복지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홀로 동구 초량동에 거주하고 있는 이 어르신은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 긴급 생계비를 지원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 관계자는 "어르신은 당시 지원받은 의료비 70만원을 그대로 돌려준 셈"이라며 "직원이 얼른 뒤쫓아가 어르신께 봉투를 돌려드리려 했으나 한사코 거절했으며, 그때가 떠오른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동구는 어르신이 전달한 기부금을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쓸 예정이다.
각종 복지 지원을 받은 어려운 이들이 자신들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 울산 동구에서는 중증장애인으로 차상위계층 복지급여 지원을 받는 60대 남성이 화정동 복지센터를 찾아 현금 2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복지급여로 생계를 잇고 있는 중증장애인으로, 기부 당시에도 전동스쿠터에 몸을 의지해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이 남성은 "장기간 화정동에 거주하면서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감사하다"며 "적은 돈이지만 그동안 받은 도움을 다시 이웃들에게 베풀고 싶다"고 말했다. 기부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돼 화정동 내 어려운 이웃에게 쓰일 예정이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국가유공자이자 기초생활수급자인 70대 어르신이 5년째 수급비를 아껴 마련한 돈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한 일도 있었다. 이 미담의 주인공은 울산 중구 병영1동에 사는 서정범씨(79)로, 그는 기초생활수급비, 장애인 연금 등을 아껴 기부금 500만원을 마련했다.
서씨는 "평소 국가와 이웃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도움을 받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연말을 맞아 나 또한 누군가를 돕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 기부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인 그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이름을 밝히지 않고 300만원씩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 후원금은 병영1동 지역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전북 정읍시의 한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이 어려운 이웃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며 평생 모은 4000만원을 연지동 주민센터 복지팀에 전달했다. 그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어르신은 "혼자 살면서 돈을 쓸 일이 크게 없어 조금씩 모았고,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며 "떠들썩하지 않게 조용히 기부하고 싶다"며 절대 신원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