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현기자
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110%대로 낮추는 것을 놓고 눈치싸움을 하고 있다. 일선 영업현장에서는 환급률 120%가 다시 오지 않는다며 대대적인 절판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단기납 종신 관련 정식 가이드라인을 내놓기 전까지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12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 등 생명보험사 대다수가 현재 7년납 10년 시점 기준 환급률 120%가 넘는 단기납 종신보험을 판매 중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르면 전날부터 환급률 120%대 상품 다수가 종료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지만 현재까지 환급률을 선제적으로 낮춘 보험사는 없다. 환급률 120%대 보험상품 판매 마감을 준비하던 보험사나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들도 별다른 지침이 없어 당분간 판매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환급률 120%대 단기납 종신보험이 이번 주 중으로 속속 자취를 감출 것이란 얘기는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말 생명보험협회를 통해 각 생보사에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관련 가이드라인 초안(감독행정 운영안)을 전달하면서 불거졌다. 금감원은 초안에 대한 생보사의 의견을 지난 4일까지 취합했다. 정식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기 전 업계 사정을 미리 파악하려는 취지였다.
초안은 생보사가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정할 때 해지율 변동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능성 등을 충실히 고려해 산정하라는 게 골자였다. 보험 업계가 초안에서 대략 제시한 지침을 바탕으로 환급률을 보수적으로 계산해본 결과 대체로 12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업계는 금감원이 사실상 환급률을 120% 미만으로 낮추라고 압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또 초안에서는 정식 가이드라인이 시행될 경우 기존 상품은 5영업일 내 개정하도록 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금감원이 초안에 대한 각사 의견을 취합한 지난 4일 이후부터 정식 가이드라인 배포 시점에 따라 이르면 11일부터 순차적으로 환급률이 110%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까지도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아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기존처럼 환급률 120% 이상의 상품을 판매 중이다.
금감원은 현재 업계 사정을 감안해 정식 가이드라인 배포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5영업일 내 새 상품으로 바꾸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보험사도 있어 여러 사정을 고려 중"이라며 "정식 가이드라인 배포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생보 업계에서 금감원이 환급률을 120% 미만으로 낮추라고 압박한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우리는 특정 수치를 언급한 적이 없다"면서 "환급률 하나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수의 생보사들은 금감원이 정식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기 전까지 환급률 120%대의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굳이 환급률을 선제적으로 낮춰 경쟁력을 잃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다만 금융당국의 눈치를 살피는 대형사 일부는 수일 내 환급률을 110%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어차피 4월부터 새 경험생명표가 도입되면 상품 개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으니 당국 협조 차원에서 환급률을 미리 낮추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이미 단기납 종신보험에 가입할 사람들은 다 했기 때문에 수요도 예전처럼 크지 않다"고 말했다.